(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작년에 3만원에 산 원피스를 중고장터에 그 가격에 내놨는데 금방 팔리네요"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30대 간호사 정모씨의 말이다. 그는 유행이 지난 원피스, 잘 들지 않는 가방, 보관만 해둔 청바지 등을 온라인 중고 장터에 내놓았다고 귀뜸했다.
최근 옷과 가방 등 패션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가격이 오르다보니 중고장터를 찾는 이들이 늘어났고 판매자들은 자신이 샀던 가격에 물건을 팔 수 있게 된 셈이다.
올 들어 계속되는 가격인상 흐름이 패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출 목적별 소비자 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의류 및 신발 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올랐다. 이는 지난 1992년 5월 8.3%를 기록한 이래 3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외에도 음식·숙박은 7.0%, 상품·서비스는 6.4%, 가정용품·가사서비스는 6.0% 올랐다.
직장인 김모씨(30)는 "작년만 해도 출퇴근 지하철에서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1만~2만원대 원피스를 종종 구매하고는 했다. 한두 벌 산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 없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물가가 많이 올라서 만지면 4만원, 5만원대를 훌쩍 넘겨 옷을 사기가 너무나 부담스럽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모임도 많아졌고, 나들이를 갈 일도 많아서 옷을 살 일이 많다"며 "안그래도 생활비가 많이 들어서 벅찬데, 올해는 물가가 많이 올라서 의류비만 한 달에 20만원 넘게 든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고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2040이 많아졌다. 주부 장정원씨(39·여)는 의류, 생필품 대다수를 중고 마켓에서 구매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유행이 끝나면서 외부 활동을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며 "매번 아이들에게 새 옷을 사입히기 부담스러워 중고마켓에서 옷을 사 입힌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여파로 지갑이 얇아진 이들에겐 다가올 여름 휴가도 걱정거리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엔데믹 후 가족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손님이 너무 몰려) 예약도 어렵고 숙박비가 너무 올라 외할머니 댁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며 "지금이 제일 어려운 시기인지, 몇년 후가 (물가가 더 올라서) 더 어려울 시기일지 몰라 일단 돈을 아끼기로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소재의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30대 공무원 김모씨는 "점심 값을 아끼기 위해 매일 밤 잠들기 전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출근할 때마다 가져가서, 점심 식사로 대신한다"며 "코로나 유행 당시에는 '혼밥' 혹은 '재택근무'로 끼니를 해결 할 수 있었지만, 대면 출근 이후부터는 밥값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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