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한국교민의 소울푸드? 신라면, 비비고 만두 미국인이 더 찾아요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7 16:27

수정 2023.06.07 16:27

(시리즈)K푸드, 글로벌 신화 비법을 듣다
시작하는 글-국내 식품기업들의 활약상
2020년 2월 뉴욕 맨해튼에서 운영된 CJ제일제당의 푸드트럭에 많은 현지인들이 몰려있다.
2020년 2월 뉴욕 맨해튼에서 운영된 CJ제일제당의 푸드트럭에 많은 현지인들이 몰려있다.

[파이낸셜뉴스]
"출시 후 미국 만두시장 판매 1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는 '비비고 치킨&실란트로' 가 나온 후 중국식 만두와는 차별화된 '한국식 만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K푸드 세계화의 시발점이다"
"신라면블랙은 경쟁사인 일본 라면에 비해 6배 가량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찾는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높은 인기를 끌고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코스트코와 월마트에서 손쉽게 K푸드를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세계최대 시장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에서, 그것도 문턱 높기로 유명한 코스트코에서 이제 한국식 조리식품을 만날수 있게 된 것이다. K푸드의 글로벌 위상이 정말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은 고유 식문화 색채가 짙지 않아 새로운 식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 더불어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 향상에 가장 효과적인 곳이다. 미국시장을 잡는 것이 곧 글로벌 식품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필수코스인 셈이다.

각국의 유명브랜드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치열한 미국 식품시장에서 각 분야의 1위를 다투는 K푸드 선봉장들이 있다. 농심과 CJ제일제당이 그 주인공이다.

■美식품시장 넘어 글로벌 1위로
7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미국 식품 사업 매출이 올해 1·4분기 1조원을 돌파했다. 돌풍을 이끌고 있는 것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비비고 만두'다.

CJ제일제당은 공격적인 투자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장공략에 나섰다. 미국 현지에서 수 년간 1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며 '비비고 만두' 브랜드와 R&D, 제조기술을 차별화하는데 집중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뉴욕 뿐 아니라 뉴저지 등에서 만두를 생산하고 있으며 기업간거래(B2B) 시장으로도 냉동만두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제품을 개발한 것도 주효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 만두는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만두피가 얇고 채소가 많은 만두소를 강조하며 '건강식'으로 차별 작은 사이즈로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면서 "닭고기와 고수(실란트)를 선호하는 현지 식문화를 반영해 '치킨앤실란트 만두'를 개발한 것도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진출 초기부터 코스트코나 월마트같은 메인스트림 시장을 공략하고 'Dumpling'이 아닌 'Mandu'로 표기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며 친밀도를 높혀갔다. 또한 대량 구매가 많은 미국 소비자 성향에 맞춰 4팩 대용량 패키지도 선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미국 그로서리(Grocery) 채널 만두 매출은 전년보다 40% 이상 증가했으며, 연간 시장점유율은 46%로 2위와 20%포인트 격차를 벌리며 1위를 수성했다. 지난해 만두를 포함한 비비고 가공식품의 글로벌 매출은 연간 3조원을 돌파했고, 이중 해외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CJ제일제당은 냉동 피자시장의 1위도 노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캔자스주 살리나에 위치한 슈완스 피자공장을 4만㎡가량 증설, 총 9만㎡(축구경기장 약 12개 크기) 규모의 세계 최대 냉동피자 생산시설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CJ제일제당이 2019년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의 대표 제품인 '레드바론(Red Baron)' '토니스(Tony's) 등을 생산한다. 특히 레드바론의 미국 냉동피자 시장 점유율은 19.4%로, 1위 제품인 네슬레의 디조르노와 1%포인트 차이로 격차를 좁힌 상태다.

외국인들이 농심 신라면을 맛있게 먹고있다.
외국인들이 농심 신라면을 맛있게 먹고있다.


■미국시장도 울리는 신라면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교민들이 고향의 향수를 느끼며 먹던 라면도 이제는 미국인이 더 많이 찾는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자리매김했다.

농심은 이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제3공장 설립 검토에 착수했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4월 가동을 시작한 제2공장 가동률이 70%에 달한다. 현재 성장률을 감안한다면 곧 제3공장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공장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2공장 가동으로 농심은 미국에서 연간 8억5000만 개의 라면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1·4분기 미국법인의 총매출액은 16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억 원 상승했으며, 영업이익은 154억 원 가량 오른 180억 원을 기록했다. 농심 전체의 영업이익 증가분 294억 원 가운데 미국법인의 증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매년 파죽지세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국내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 입점을 이뤄냈으며, 2018년에는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현지 유통점 매출이 아시안 마켓을 앞지르며 미국인이 더 많이 찾는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2020년 미국 3대 일간지 '뉴욕타임즈'가 신라면블랙을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선정한 것을 비롯해 미국의 다수 매체에서 신라면 브랜드의 맛과 품질을 글로벌 넘버원으로 평가하며 브랜드 경쟁력이 더욱 공고해졌다.

미국 시장에서 성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제품은 단연 '신라면'이었다. 지난해 신라면(봉지)은 전년 대비 32% 늘어난 85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신라면블랙(봉지) 역시 전년 대비 20% 매출이 올랐다.

아시안 시장을 넘어 미국 현지인이 더 많이 찾는 제품으로 발돋움한 농심은 미국의 주요 유통채널인 대형마트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월마트에서는 지난해 전년 대비 42% 성장을 이뤄냈는데, 신라면블랙과 신라면블랙컵 입점 점포 확대가 주효했다.

제2공장으로 또 하나의 심장을 갖춘 농심은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수년 내 일본의 토요스이산을 꺾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25.2%로 일본 토요스이산(47.7%)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3위인 일본 닛신은 17.6%로 농심과 7.6%p의 점유율 차이를 두고 뒤쳐져 있다. 주목할 것은 농심의 상승세다.
농심은 지난 2017년 일본 닛신을 꺾은 데 이어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며 3위와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다.

농심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시장에서 8억 달러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수년 내 미국 시장 1위 역전의 목표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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