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숙년, 가장 행복한 시기](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3/06/07/202306071818292900_s.jpg)
과거에는 사람이 세 토막의 인생을 살았다. 태어나서 10대 중반까지의 소년기, 이른 나이에 결혼하여 상대적으로 긴 중년기 그리고 40~50대의 짧은 노년기. 이렇게 소년기-중년기-노년기의 사이클이 인류사에서 거의 일반적이었다.
산업혁명과 고등학교, 대학교의 보급은 결혼연령을 늦추었다. 생산력의 발달은 아동 노동을 제한하고 아이들이 교육의 기회를 갖도록 제도화했다. 여자대학에서는 재학 중에 결혼을 금지하기도 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G 스탠리 홀이 1904년에 '청년기-Adolescence'를 발간했다. 청년기를 연구한 최초의 발달심리학 저서이다. 그만큼 소년기와 중년기 사이에 있는 청년기가 상대적으로 독립된 인생의 시기로 자리 잡은 탓에 이런 연구도 가능했다. 이제 사람들은 유소년-청년-중년-노년의 사이클을 보내게 됐다.
1970년대에 또 한 권의 기념비적 저서가 발간된다. 피터 라슬렛이 지은 '인생의 새 지도-A Fresh Map of Life'가 그것이다. 그 전에는 나이 50대면 대부분 병들고 노약하고 삶을 마무리하는 시기였다. 해방 직후 신문에 보면 50대 여인을 노파로 지칭한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선진국이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정정한 노인'들이 나타났다. 도대체 이 세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영 시니어(Young Senior),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는 말이 생겨나고 이 같은 사회변화에 조응하여 영국에서는 50+, 서유럽에서 '제3의 인생기를 위한 대학'(University of 3rd Age)이 생겨났다.
일본에서는 보석과 같은 OPAL(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중년' 세대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정부에서 공모를 한 끝에 '어르신'이라는 용어가 법적·제도적으로뿐만 아니라 생활용어가 되었다. 하지만 '신중년'은 중년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독립적이지 않고, 어르신·아버님·어머님이라는 용어는 6070세대들이 불편해한다.
바른 규정, 정확한 명칭이 사회적 효율성을 증가시킨다. 남은 인생, 즉 여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인생, 즉 본생(本生)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강의를 6070세대들을 상대로 자주 하는 편이다. 김형석 교수도 "인생에서 제일 좋고 행복한 나이는 60세에서 75세까지이며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인생에서 열매를 맺는 기간은 60대였던 것 같다. 그래서 60대엔 제2의 출발을 해야 한다"는 강의를 많이 한 탓인지 대중들도 본생이라는 개념이 익숙해지고 있다.
6070세대에게 강의를 하면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이 시기를 '숙년'으로 분류하는 것을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노사연·임영웅의 '바램' 끝구절이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이제 우리의 인생은 유소년-청년-중년-숙년-노년 다섯 단계의 삶이 있다고 가정하고 사회제도와 인프라를 새로 짜야 한다.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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