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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숙년, 가장 행복한 시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7 18:18

수정 2023.06.07 18:18

[fn광장] 숙년, 가장 행복한 시기
과거에는 사람이 세 토막의 인생을 살았다. 태어나서 10대 중반까지의 소년기, 이른 나이에 결혼하여 상대적으로 긴 중년기 그리고 40~50대의 짧은 노년기. 이렇게 소년기-중년기-노년기의 사이클이 인류사에서 거의 일반적이었다.

산업혁명과 고등학교, 대학교의 보급은 결혼연령을 늦추었다. 생산력의 발달은 아동 노동을 제한하고 아이들이 교육의 기회를 갖도록 제도화했다. 여자대학에서는 재학 중에 결혼을 금지하기도 했다. 지금은 문명화된 국가에서는 10대 조혼 풍습이나 제도는 거의 사라졌다.
학교에 다니고 취업에 필요한 시간에 비례하여 결혼도 늦춰졌다.

미국의 심리학자 G 스탠리 홀이 1904년에 '청년기-Adolescence'를 발간했다. 청년기를 연구한 최초의 발달심리학 저서이다. 그만큼 소년기와 중년기 사이에 있는 청년기가 상대적으로 독립된 인생의 시기로 자리 잡은 탓에 이런 연구도 가능했다. 이제 사람들은 유소년-청년-중년-노년의 사이클을 보내게 됐다.

1970년대에 또 한 권의 기념비적 저서가 발간된다. 피터 라슬렛이 지은 '인생의 새 지도-A Fresh Map of Life'가 그것이다. 그 전에는 나이 50대면 대부분 병들고 노약하고 삶을 마무리하는 시기였다. 해방 직후 신문에 보면 50대 여인을 노파로 지칭한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선진국이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정정한 노인'들이 나타났다. 도대체 이 세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영 시니어(Young Senior),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는 말이 생겨나고 이 같은 사회변화에 조응하여 영국에서는 50+, 서유럽에서 '제3의 인생기를 위한 대학'(University of 3rd Age)이 생겨났다.

일본에서는 보석과 같은 OPAL(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중년' 세대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정부에서 공모를 한 끝에 '어르신'이라는 용어가 법적·제도적으로뿐만 아니라 생활용어가 되었다. 하지만 '신중년'은 중년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독립적이지 않고, 어르신·아버님·어머님이라는 용어는 6070세대들이 불편해한다.

바른 규정, 정확한 명칭이 사회적 효율성을 증가시킨다. 남은 인생, 즉 여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인생, 즉 본생(本生)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강의를 6070세대들을 상대로 자주 하는 편이다. 김형석 교수도 "인생에서 제일 좋고 행복한 나이는 60세에서 75세까지이며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인생에서 열매를 맺는 기간은 60대였던 것 같다. 그래서 60대엔 제2의 출발을 해야 한다"는 강의를 많이 한 탓인지 대중들도 본생이라는 개념이 익숙해지고 있다.


6070세대에게 강의를 하면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이 시기를 '숙년'으로 분류하는 것을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노사연·임영웅의 '바램' 끝구절이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이제 우리의 인생은 유소년-청년-중년-숙년-노년 다섯 단계의 삶이 있다고 가정하고 사회제도와 인프라를 새로 짜야 한다.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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