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수컷? 필요 없어"...자기복제해 새끼 낳은 악어엄마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8 13:46

수정 2023.06.08 13:46

2살때 동물원에 분리된 악어 18세 임신
파충류 단성생신 종류 갈수록 다양해져
새끼 악어/사진=연합뉴스
새끼 악어/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암컷 악어가 수컷 악어 없이 스스로 임신해 알을 낳은 자기복제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단성생식이 가능한 종이 개체 수 감소와 멸종 위기에 처하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가 실렸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월 중미 코스타리카 렙틸라니아 동물원에서 2살 때부터 다른 악어들과 분리된 채 지낸 악어가 18살이 되자 새끼를 낳았다. 악어가 낳은 새끼는 완전한 형태로 발달했으나 부화하지는 못했다. 동물원 측은 이른바 처녀생식(virgin birth)으로 불리는 단성생식(parthenogenesis)을 한 이 악어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해 단성 생식에 대해 11년간 연구한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 워런 부스 박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단성 생식은 암컷이 수정하지 않고 배아를 형성시키는 방식을 뜻한다.

부스 박사는 "분석 결과 어미 악어와 새끼 악어의 유전자는 99.9% 일치했으며 어미를 임신 수컷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우리는 상어, 새, 뱀, 도마뱀 등에서 이러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는 놀랄 만큼 흔하고 널리 퍼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악어류에서 비교적 늦게 단성 생식이 발견된 이유도 사람들이 사례를 찾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사람들이 애완 뱀을 기르면서부터 단성 생식에 대한 보고가 크게 늘었다"면서도 "파충류를 사육하는 사람들이 악어를 기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단성생식이 매우 다양한 종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 먼 조상 격인 공룡이 단성생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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