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열등.우등생 가른 AI디지털교과서..사교육 부추길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8 14:15

수정 2023.06.08 14:14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AI디지털 교과서 추진 등 교육현안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AI디지털 교과서 추진 등 교육현안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 등 교과에 도입되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사교육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평가에 따라 수준별 학습을 해야 하는 학생들이 사교육에 기대 우수한 평가를 받으려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이러한 우려와 달리 맞춤형 학습을 통해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우등생에게 '심화학습' 제공…교육격차 감소?

교육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2025년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우선 도입하고, 2028년까지 국어, 사회, 역사, 과학, 기술·가정 등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습 분석 결과에 따라 느린 학습자를 위한 보충학습과 빠른 학습자를 위한 심화학습을 제공한다. 학생 수준별로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학습을 제공한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AI는 학습 수준에 따라 평가를 내리고 교사는 이를 기반으로 지도하게 된다.

하지만 학습 수준에 따라 열등생과 우등생을 나누듯, 느린 학습자와 빠른 학습자를 나누면 이로 인한 사교육이 증가할 수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일반 학생은 심화 학습을 받기 위해, 느린 학습자는 학습에 뒤쳐졌다는 생각에 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상태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사교육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의 맞춤형 학습이 교육격차를 해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이유는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의도도 근저에 깔려있다"라며 "맞춤형 학습을 하면서 콘텐츠만 제공하는게 아니라 교사의 손길이 갈 것이기 때문에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학습자에게 제공되는 심화학습을 '선행학습'과 구분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기하를 배우지 않은 중3 아이들에게 기하가 들어가는 고등학교 개념을 가르치면 선행학습이겠지만, 도형에 대한 접근을 다양하게 한다면 심화학습이 되는 것"이라며 "깊이 있는 학습을 이뤄지게 하겠다는 게 저희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AI 디지털교과서, 서책형 교과서와 병행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 이후에도 한동안 서책형 교과서는 유지될 전망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은 발달 단계상 디지털 기기를 접하기에 빠르다고 판단, AI 디지털교과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음악·미술·체육·도덕 교과는 활동 중심의 영역으로 사회·정서적인 역량을 함양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이 과목들에도 AI 디지털교과서가 배제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AI교과서가 능숙하게 활용돼서 우리가 기대하는 어떤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는 서책형 교과서와 AI디지털교과서를 병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의 안정적인 현장 안착을 위해 정보교원 증원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보교원 증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육의 대전환이라고 하는 부분을 생각한다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교육부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AI 디지털교과서 적용 과목 교사를 대상으로는 집중연수가 추진된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올해 안에 영어·수학·정보 교원의 30%, 내년 하반기까지는 100% 연수를 받을수 있도록 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AI 디지털교과서를 함께 소통해 만들고 활용할 때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발된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인간적 성장을 지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수업을 디자인하는 교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