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업과 옛 신문광고] 토종 콜라의 흑역사

손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8 18:04

수정 2023.06.08 18:04

[기업과 옛 신문광고] 토종 콜라의 흑역사
우리나라에 콜라는 언제 들어왔을까. 1950년대 신문 연재소설계를 평정했던 소설가 장덕조(1914~2003)의 소설 '허영의 풍속'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심 변호사는 코카콜라를 먹고 한청은 같은 코카콜라에 위스키를 타셔 마셨다." 장덕조는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한국전쟁 종군기자로 참여해 휴전협정을 취재했던 언론인이자 소설가였다. 이 대목이 실린 때는 1955년 7월이었다. 그러니까 전쟁이 끝난 지 2년이 지난 이 무렵 콜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것이었을 게다.


코카콜라가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것은 1886년이다. 한국에 정식으로 진출한 때는 1968년 5월이다. 그 전에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코카콜라 말고는 콜라가 없었을까. 있었다. 칠성사이다로 유명한 동방청량음료가 1957년 '스페시코라(콜라)'를 생산해 팔았다. 스페시코라는 독일의 특제 원료를 사용했다고 광고했지만 맛은 코카콜라와 비교할 수 없었다. 1962년 맥주회사 OB가 콜라 생산에 뛰어들어 'OB콜라'를 내놓았다(사진·조선일보 1962년 2월 14일자). 당시 콜라는 연말연시 선물로도 줄 만큼 귀한 음료였다. '여자들이 마시는 맥주'라는 말도 있었으니 OB의 맥주 생산은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OB(현재의 두산그룹)는 1968년 코카콜라를 직접 생산하게 된다. 계열사로 한양식품을 설립해 한국 최초의 코카콜라 보틀러가 된 것이다. 이후 칠성은 롯데가 인수하는데 두 재벌의 술과 음료 전쟁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된다. 코카콜라가 진출하기 전 OB콜라 외에도 여러 콜라들이 팔리고 있었다. 지역별로 난립했던 군소 음료업체들이 생산한 것이다. '에스피 콜라'는 '서울중앙청량음료공사'에서 발매했고 'S.C콜라'는 미군에 납품될 만큼 품질이 나쁘지 않았다. 1964년에는 전무후무한 분말 콜라가 나왔다. 제조원이 '알파식품'으로 돼 있는 '에프코라'는 가루를 물에 타면 콜라가 되는 제품이었다. "콜라 팬에게 자신 있게 권하는 독창 제품"이라고 광고했다. '대한코라'도 있었고, 스페시코라는 '칠성코라'로 이름이 바뀌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해태가 '해태콜라'와 '콤비콜라'를 한동안 생산했다.
'코리아콜라 탁시'라는 제품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외환위기 때는 범양식품이 '콜라독립 815'라는 이름의 콜라를 판매해 나름 인기를 얻었지만 2004년 코카콜라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라졌다.
'815 콜라'는 현재 웅진식품에서 재발매하여 명맥을 잇고 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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