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저출생 대책, ‘밑빠진 독 물붓기’라고?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8 18:04

수정 2023.06.08 18:04

[기자수첩] 저출생 대책, ‘밑빠진 독 물붓기’라고?
최근 한 유명 인터넷 강의 강사가 정부·지자체의 저출생 대책을 꼬집은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됐다. 요지는 '금전적 지원은 출생률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출산을 통해 부모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는 거였다.

그의 말에 일정 부분 공감했다. 아니, 너무나 당연하고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지 싶다. 실제로 정부가 오랜 기간에 걸쳐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금전적 지원에 나섰지만 출생률을 높이기엔 역부족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당연한 그의 말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부와 학계, 지자체와 언론 등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출산=행복'이라는 가치관을 만들기 위해, 그를 통해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고민했지만 바뀌지 않은 결과에 그 고민과 노력들이 지나치게 박한 평가를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럼에도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과 지원책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출생률 높이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의 행보가 특히 눈에 띈다. 서울시는 '엄마와 아빠가 행복한 서울을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난임부부 시술비와 임산부 산후조리 경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추경에선 저출생 대책 예산으로 597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 서울시의 이 같은 시도가 출생률의 극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더 떨어지지만 않아도 성공'이라고 말하는 이도 많다. 학업과 취업 등을 이유로 많은 청년들이 서울로 몰려드는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고 말한다. 취지와 수단 그리고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물은 부어봐야' 한다. 금전적 지원이든, 외국인 가사도우미든 시도할 수 있는 건 모두 시도해 봐야 한다.
고민과 노력, 그로 인한 과정과 실패가 쌓일 대로 쌓여야 아주 조금의 변화라도 기대해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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