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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MZ가 할머니 될 때까지 찾는 디저트 만들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8 18:15

수정 2023.06.08 18:15

GS리테일 최원필 MD
옛맛 찾는 '할매니얼 열풍' 주목
컵케이크 위 약과 올려 SNS 화제
핫플 발로 뛰며 새로운 맛 만들어
50년 살아남는 장수상품 만들 것
[fn이사람] "MZ가 할머니 될 때까지 찾는 디저트 만들 것"
"GS25의 히트상품 '공화춘'을 자기가 만들었다는 선배들이 제 주위에만 수십명입니다. 누가 맨 처음 기획했는지 스스로는 알겠죠."

8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만난 최원필 GS리테일 카운터FF팀 상품기획자(MD·사진)는 "긴 시간 꾸준하게 사랑받아온 보름달, 초코파이, 빼빼로 같은 스테디셀러(장수상품)를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지난해 메이플빵을 기획한 최 MD는 올해 행운약과 컵케이크를 연달아 '히트'시켰다. 캐릭터빵에서 약과로 디저트·베이커리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결과다.

'할매니얼' 열풍은 지난해 시작됐다. 흑임자, 인절미 등 '할머니 입맛'에 맞는 상품을 밀레니엄세대가 찾는 현상인 할매니얼은 '약케팅'으로 이어졌다. 약케팅은 약과를 구매하기 위해 티케팅하듯 기다린다는 뜻이다.

출근하면 일상처럼 디저트 상품군의 매출동향을 살피는 최 MD는 약과의 가파른 매출 신장세에 주목했다.
행운약과 컵케이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2가지 문제가 있었다. 먼저 약과의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일부 소비자에게 약과의 꾸덕꾸덕한 식감이 생소하다는 문제도 걸렸다.

대량 납품이 가능한 업체는 GS25의 기존 거래업체에서 찾았다. 해썹 인증을 받아 위생문제 염려도 없는 업체와 공급계약을 맺었다. 식감은 시나몬크림과 유자잼으로 풀었다. 미니꿀약과, 시나몬크림, 캐러멜케이크, 유자잼을 쌓아 완성한 행운약과 컵케이크는 출시 직후 SNS에서 입소문을 탔다.

상품 기획업무를 맡기 전 점포 관리를 하던 시절부터 알고 지낸 점주에게 연락이 왔다. "약과 컵케이크를 드셔본 손님들이 맛있다며 호평 일색"이라며 "약과와 관련된 우수한 상품을 더 많이 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이스크림MD, 상온디저트 담당 MD와 함께 '행운약과' 시리즈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GS25는 상품군별 MD 등으로 구성된 '약과 연구소' 조직을 신설해 행운약과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최 MD는 "어제, 지난주보다 많이 팔린 이유를 매일 고민한다"며 "사무실에서 답이 안 나오면 성수동, 신사동, 익선동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를 돌면서 트렌드를 분석한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매주 금요일 MD직군 직원들을 거리로 내몬다. 현장에서 유행하는 아이템을 보고 느끼라는 것이다.

상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우선 'MD서포터즈'의 의견을 묻는다. 유행에 민감한 20대 GS리테일 직원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전국의 편의점 판매 데이터에 선배 MD의 경험 그리고 20대 MD서포터즈의 솔직한 의견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최 MD의 주요 일과다.

최 MD는 "디저트 상품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상품의 교체주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며 "취향이 세분화를 넘어 나노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30년, 50년 살아남는 상품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충성고객을 확보한 장수상품이다.
그의 꿈은 '한철' 장사를 넘어, '그때 그 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회상할 수 있는 상품 기획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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