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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플레e] 대법원으로 간 메이플스토리 '보보보 사건', 게임사 대법원 전략은?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0 11:03

수정 2023.06.10 11:03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2021년을 뜨겁게 달군 넥슨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의 획득확률조작 사태, 소위 '보보보' 사건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사건 당시 한 게이머가 큐브 아이템 구매에 대한 ‘매매대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는데, 지난 1월 19일 그 2심 판결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이번 재판 결과가 1심의 재판 결과를 뒤집고 원고인 게이머 일부승소로 나와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비록 원고가 반환 청구한 원래 금액의 5%인 57만 2,265원에 대해서만 게임사 배상 결정이 나온 것이긴 하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게임 이용자 권익 향상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판결이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특히 이번 2심 판결은 확률형 아이템 관련 소송에 있어 게이머 권익에 대한 법원의 인식이 변화중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실제로 이 판결이 나온 지 한 달여 지난 2월 28일, 컴투스 '프로야구4 매니저' 게이머 6명이 컴투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원고 일부승소 판결 소식이 이어졌다. 아울러 이 두 소송 모두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정보가 실제와 다르거나 게임사가 오류를 고의로 방치하여 소비자를 기망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재판부가 이를 적극 인정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이번 판결문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다. 재판부는 '게임사가 큐브아이템을 통하여 생성되는 수많은 잠재옵션 조합 중 유독 이용가치와 선호도가 높은 보보보, 방방방 같은 잠재옵션 조합이 생성되지 않도록 차단하고도 오랜 기간 이용자들에게 이를 공지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부작위 및 침묵으로 볼 수 없다. 게이머들로 하여금 보보보, 방방방의 생성이 가능하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판부의 일침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 거래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는 폐단인 일부 이용자들의 사행심리 내지 매몰비용에 대한 집착 등을 유도·자극·방치한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중은 언더독의 반란에 열광한다.'는 말이 있다. 예상을 뒤엎고 약자가 이기길 바라는 군중심리가 있다는 뜻이다. 이 사건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게임사는 국내 최고 로펌 소속의 변호사 여러 명을 선임하여 소송에 임했다. 반면 원고인 게이머는 변호인 없이 소송에 뛰어들었다가 1심에서 패소, 항소심 초반까지도 소송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직접 작성하고 스스로를 변론했다. 그러다 재판부가 '소송구조', 즉 변호사 선임 지원 결정을 내리자 변호사 1인을 선임하여 결국 원고 일부승소 판결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이처럼 이번 항소심은 판결문 외적인 면에서도 게이머들의 주목을 끌었다.

아직 최종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항소심에서 패소한 게임사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였다.그 내용을 보기에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해 대법원 재판의 성격부터 먼저 살펴보자. 대법원은 원칙상 법률심으로 진행된다. 법률심이란 이전 재판의 판결이 제대로 된 법리해석을 통해 나온 것인지 법리적으로만 따지는 재판의 형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에서는 새로운 사실관계 확인이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항소심까지의 소송자료만으로 심리가 진행된다. (채증법칙·경험법칙 위반으로 사실관계를 다투는 경우는 논외로 한다.) 당연히 변론이 열리는 경우도 거의 없다.

심리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기각되는 경우도 많다. 대법원 재판부는 상고이유를 검토하여 '원심에 계속하여 대법원에서 심리를 해야하는 사유' 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심리불속행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기록을 검토하거나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바로 기각할 수 있는데, 이처럼 ‘심리불속행기각’되는 비율이 전체의 70%를 상회한다. 이 말을 다른 각도에서 해석해보면, 상고측 입장에서는 상고가 심리불속행기각이 되지 않도록 상고이유서를 아주 잘 작성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법원에 제출된 상고이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3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상고이유서도 ‘2심 판결은 기망행위 성립요건과 관련한 기존 대법원 판례와 맞지 않다.’는 주장을 필두로 그에 따른 세부 내용을 법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울러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메이플스토리 관련 여러 실제 사례들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글에 법리적인 주장까지 모두 담기엔 내용이 복잡하고 글이 길어지므로, 여기선 게임 이용 관련 주장 위주로 요약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게임사측 변호인들은 상고이유로 다음 몇 가지 주장을 하고 있다. 첫째, MMORPG 게임의 특성상 게이머간 밸런스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옵션조합 설정을 제한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부당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즉, 보보보· 드드드 같은 옵션 제한은 메이플스토리 내 생태계 및 밸런스 관리의 일환이었을 뿐, 게이머를 기망하거나 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울러 옵션 제한 조치는 유저 간 빈부 격차에 따른 밸런스 파괴 현상을 막기 위해서였고, 어떠한 기만적 표시를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둘째, 게이머들이 큐브를 구매하는 목적이 어떠한 특정 옵션조합을 얻기 위해서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보보보, 방방방 옵션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메이플 유저들이 보보보, 방방방 옵션을 위해서만 큐브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방방, 보보방 같은 옵션도 상황에 따라 유용하고 선호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게임내 특정 옵션제한은 마치 카지노 슬롯머신에서 ‘777’잭팟 옵션이 나오지 않도록 막은 것과 같다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서도 동일한 비유로 맞받아쳤다. 카지노 슬롯머신은 '777' 이외 '77*'같은 조합이 나올 경우 쓸모가 아예 없지만, 메이플스토리에선 보보방 같은 조합이 나와도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현행법 및 약관에서 큐브 옵션조합의 각 획득확률에 대한 고지의무가 없기 때문에 원고측의 소 제기가 근본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약관에 확률 고지 의무 조항이 없고,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 법안의 경우 내년 3월부터 시행되므로 사건 당시 기준으로는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넷째, 원고는 보보보, 방방방 등 특정 옵션조합이 메이플 유저들에게 최종 목표처럼 주장하였으나, 소위 '보보보' 사건 이후에도 큐브 아이템의 매출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원고도 계속하여 큐브아이템을 구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게임사측 변호인들은 메이플 유저들이 이 사건 이전에도 이미 보보보, 드드드 같은 옵션 조합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보보보, 방방방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구매하지도, 소를 제기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원고측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끝으로 상고이유서 중 여러 의미로 인상깊은 대목들이 있어 그 내용을 옮겨본다. ‘보보보, 방방방이 게임 진행에 필수적인 것도 아니고, 이 조합이 최고로 선호되는 것도 아니다. 큐브아이템 판매는 2010년부터, 특정 옵션 제한 조치는 2011년부터 적용되어 왔다. 메이플스토리 누적 가입자 1,000만명 중 보보보 사건 관련하여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원고가 유일하다는 점은 실제로는 어떠한 기망이나 착오도 존재하지 않았고 원고의 청구가 일종의 억지소송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내용을 2021년 당시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에게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어찌됐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앞으로 모든 게임 이용자 권익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게이머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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