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무주택자 집 사들이자 3개월 연속 증가한 주담대..가계부채 폭탄 시계 빨라지나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2 06:00

수정 2023.06.12 06:00

1~5월 예금은행 주담대 9조1000억원 증가..5월에만 4조3000억원 늘어 주담대 증가 원인은 주택거래 회복 및 전세의 월세전환 둔화 대출 규제 완화에 내 집 마련 나선 이들 올들어 6만8000여명..4개월 연속 증가 가계대출 우려 증폭..한은도 디레버리징 지연 경고
(자료사진) /뉴스1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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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최근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3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5월 한 달에만 4조3000억원이 불어나면서 1년 7개월만에 최대폭 증가했다. 전세사기 확산 등으로 임대차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자 무주택자들이 매수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현상은 과다 부채와 자산 거품 문제를 다시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개월 연속 증가한 주담대…기준금리 3.50% '무색'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월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8조8000억원)보다 3000억원 많은 9조1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1월만 해도 보합 수준을 나타냈고 2월에는 3000억원 감소했다.
그러다 3월과 4월에는 각각 2조3000억원, 2조8000억원 늘어났다.

특히 5월에는 한 달 새 4조3000억원 증가하면서 2021년 10월(4조7000억원 증가) 이후 1년7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5월 전체 가계대출은 4조2000억원 늘어났다.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2021년 10월(5조2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나타냈다.

지난해 1~5월은 기준금리가 사상 첫 '빅 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기 이전이었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1.00~1.75% 수준에서 운용됐다.

올해 1~5월은 기준금리가 3.25%에서 시작해 현 3.50%에 다다른 시기다.

주택 관련 대출 창구는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기 이전이었던 지난해 초보다 올초에 더 붐볐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속도를 붙인 기준금리 인상이 무색해 보인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주담대 늘어나는 이유는? 주택거래 회복·전세의 월세전환 둔화

올초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지난해를 웃돈 것은 주택 거래 회복과 전세의 월세 전환 둔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 매매 계약 이후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차가 통상 2∼3개월"이라며 "지난 2∼3월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5월 주택담보대출 수요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택담보대출 통계는 전세자금대출과 이주비·중도금대출 등 주택 담보로 취급되지 않은 주택 관련 대출을 포괄한다.

이 중 주택거래가 회복되고 있는 이유는 전세사기 확산 등으로 임대차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자 무주택자들이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합건물(오피스텔·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 기준 지난 4월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는 3만66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2월(3만5552명)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대치다.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는 올해 1월 1만7269명, 2월 2만720명, 3월 3만126명으로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생애 최초 주택구입시 주택담보대출(LTV) 상한을 주택가격과 지역에 상관없이 80%로 높이고 대출한도를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했다. 지난 1월 말에는 소득과 상관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면서 첫 집 마련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주담대 증가, 가계대출 '폭탄' 버튼 누르나…한은도 "디레버리징 지연" 경고

이처럼 주담대가 계속 확대될수록 가계대출 '시한폭탄' 시계는 더욱 빨리 돌 수 있다.

한은은 지난 8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정부의 규제 완화책 등에 따른 가계부채 디레버리징(감축) 지연 가능성을 경고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영향으로 올 들어 주택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의 가계대출도 재차 증가함에 따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지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누증된 금융 불균형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택가격은 여전히 소득 수준과 괴리돼 고평가돼 있고 가계부채 비율이 매우 높아 디레버리징이 앞으로도 중장기에 걸쳐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금융 불균형 해소를 지연시켜 거시경제,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도 있으므로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가계대출이 더욱 요동칠 수 있는 여건이 전방위적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기준금리 연말 인하 기대와 정부의 압박에 따라 대출금리는 내리는 반면 부동산 규제는 더욱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주 정부는 역전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세금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할 방침을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공개 토론회에서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DSR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늦어도 7월 중 시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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