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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 세대" 무관심 속 일궈낸 4강 기적, 원팀‧실리 축구로 아시아 자존심 세웠다 [U20 월드컵]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2 13:15

수정 2023.06.12 13:33

이스라엘에 체력적인 한계 보이며 1-3 패배
스타 없는 골짜기 세대 평가 완전히 뒤집어
아시아 유일의 8강. 2개 대회 4강도 아시아 최초
2019년 U20 준우승 이후 최고의 성과
이승원, 배준호 등 새로운 얼굴 탄생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AP/뉴시스] 최석현(4)이 4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연장 전반 5분 헤더 결승 골을 넣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한국은 나이지리아를 1-0으로 꺾고 U20 월드컵 2연속 4강에 올라 이탈리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2023.06.05.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AP/뉴시스] 최석현(4)이 4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연장 전반 5분 헤더 결승 골을 넣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한국은 나이지리아를 1-0으로 꺾고 U20 월드컵 2연속 4강에 올라 이탈리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2023.06.05.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골짜기 세대"

이번 U-20 한국 대표팀을 통칭하는 말이다. 애시당초 김은중호를 향한 기대치는 아예 없었다.
축구 팬들이 알만한 선수가 거의 없다시피하기 때문이다.

해외파 김용학(포르티모넨스), 유일하게 K리그에서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잡던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 정도를 제외하면 완전 '무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강인(마요르카)이라는 슈퍼스타가 이목을 집중시켰던 2019년 대회와는 정반대였다.

하지만 태극 전사들의 투혼이 지구 반대편에서 빛났다. 무관심과 부상 등 갖은 악재 속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도전을 시작한 김은중호가 세계 4위의 성적을 내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환하게 밝혔다.

브론즈볼 수상한 캡틴 이승원 (라플라타=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11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시상식에서 이승원이 브론즈볼을 수상하고 있다. 2023.6.12 hwayoung7@yna.co.kr (끝)
브론즈볼 수상한 캡틴 이승원 (라플라타=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11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시상식에서 이승원이 브론즈볼을 수상하고 있다. 2023.6.12 hwayoung7@yna.co.kr (끝)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국가 중 8강에 오른 팀은 오직 대한민국 뿐이다. 일본이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2개 대회 연속 4강도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 어떤 아시아 국가도 밟아보지 못한 금자탑이다.

한국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FIFA U-20 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이스라엘에 1-3으로 져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물론,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2019년 폴란드 대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좋은 4강의 성적을 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성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라플라타=AP/뉴시스] 박창우가 11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디에고 마라도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3·4위 결정전 이스라엘과의 경기 중 공을 다투고 있다. 한국은 0-1로 뒤진 전반 24분 이승원이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후반 두 골을 내주며 1-3으로 패해 4위를 기록했다. 2023.06.12.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라플라타=AP/뉴시스] 박창우가 11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디에고 마라도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3·4위 결정전 이스라엘과의 경기 중 공을 다투고 있다. 한국은 0-1로 뒤진 전반 24분 이승원이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후반 두 골을 내주며 1-3으로 패해 4위를 기록했다. 2023.06.12.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한국 대표팀은 슈퍼스타는 없었지만, 더 단단한 팀으로 거듭났다.

김은중 감독은 나이지리아와 8강전 뒤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이 잠재력이 있는데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부상도 한국 대표팀을 괴롭혔다.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 소속의 미드필더 이현주와 올 초 U-20 아시안컵에서 활약한 공격수 성진영(고려대)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K리그에서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준 배준호도 근육 부상을 당해 조별리그에서 제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에콰도르전서 선제골 넣고 세리머니 하는 이영준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아르헨티나] AP=연합뉴스)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의 이영준(김천)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 에콰도르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3-2로 승리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2023.06.02 clynnkim@yna.co.kr (끝)
에콰도르전서 선제골 넣고 세리머니 하는 이영준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아르헨티나] AP=연합뉴스)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의 이영준(김천)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 에콰도르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3-2로 승리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2023.06.02 clynnkim@yna.co.kr (끝)

23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메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을 승리한 대한민국 U20(20세 이하)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23.5.23/뉴스1 /사진=뉴스1
23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메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을 승리한 대한민국 U20(20세 이하)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23.5.23/뉴스1 /사진=뉴스1


하지만 모든 우려를 딛고 한국대표팀은 선전에 선전을 거듭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던 프랑스를 2-1로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키며 서서히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패로 16강에 진출했다.

16강전에서 에콰도르에 3-2, 8강전에서 나이지리아와 연장전 끝에 1-0으로 승리하며 준결승까지 내달렸다. 이탈리아와 준결승에서는 아깝게 1-2로 패했다.

김은중 감독의 실리축구가 빛났다. 선수비 후역습의 전술이 그것이다. 특히, 주 득점 루트인 세트피스와 역습의 완성도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팀들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단 한번의 찬스에서 원샷원킬을 이뤄냈다.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AP/뉴시스] 최석현이 4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연장 전반 5분 헤더 결승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한국은 나이지리아를 1-0으로 꺾고 U20 월드컵 2연속 4강에 올라 이탈리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2023.06.05. /사진=뉴시스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AP/뉴시스] 최석현이 4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연장 전반 5분 헤더 결승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한국은 나이지리아를 1-0으로 꺾고 U20 월드컵 2연속 4강에 올라 이탈리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2023.06.05. /사진=뉴시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총 10골을 넣었는데, 그중 6골을 세트피스로 만들었다. 페널티킥 2골을 제외한 세트피스 4골 모두 킥이 정확한 이승원(강원)의 코너킥·프리킥 크로스에 이은 헤더로 뽑아냈다.

이승원은 3골 4도움을 올려 2019년의 이강인(2골 4도움·마요르카)을 넘어서는 맹활약을 펼쳤고, 브론즈볼까지 받았다.

[재아대한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아대한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라플라타=AP/뉴시스] 배준호가 8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라 플라타의 디에고 마라도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이탈리아와의 경기 전반 19분 상대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있다. 2023.06.09. /사진=뉴시스
[라플라타=AP/뉴시스] 배준호가 8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라 플라타의 디에고 마라도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이탈리아와의 경기 전반 19분 상대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있다. 2023.06.09. /사진=뉴시스


하지만 개인기 부족을 운동량과 조직력으로 메우다보니 체력적으로 아쉬웠다. 이날 이스라엘전에도 후반전이 되자 선수들의 몸 놀림은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 거기다가 아직 U-20 선수들은 소속팀에서조차 꾸준하게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이 드물다.

선수들 대부분이 아직 미완의 대기라는 의미다. 김은중 감독은 이스라엘전 뒤 "몸들이 안 따라준 것 같다"면서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에서 이기면서 많은 경기에 출전해야 경기 체력과 경기 감각을 키울 수 있다"고 제자들에게 조언했다.

광화문광장에서 U-20 월드컵 4강전 거리 응원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가 열린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축구팬들이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2023.6.9 nowwego@yna.co.kr (끝)
광화문광장에서 U-20 월드컵 4강전 거리 응원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가 열린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축구팬들이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2023.6.9 nowwego@yna.co.kr (끝)

(라플라타(아르헨티나)=뉴스1) 이승배 기자 = 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라플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 2023' 준결승전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2023.6.9/뉴스1 /사진=뉴스1화상
(라플라타(아르헨티나)=뉴스1) 이승배 기자 = 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라플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 2023' 준결승전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2023.6.9/뉴스1 /사진=뉴스1화상


이들이 세계 대회 4강의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한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승원, 배준호, 이영준 등은 향후 성인대표팀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자원으로 꼽힌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U20 축구 4강. 2023년 한국 축구의 전성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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