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지정학적 갈등 후폭풍… 위안화 등 도전에 달러패권 흔들" [FIND 제24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강연자 인터뷰]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2 18:00

수정 2023.06.12 18:34

(4) 졸탄 포자르 이코노미스트(前 美재무부 선임고문)
우크라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돼도 통화패권 다툼은 지속
달러 중심 통화 상호관계 약해져
통화 많이 풀고 임금상승률도 높아
인플레·고금리 당분간 계속될 것
SVB 사태, 안전판 있어 영향 미미
졸탄 포자르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4월 19일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2023 FIND·제24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해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졸탄 포자르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4월 19일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2023 FIND·제24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해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졸탄 포자르는 최근까지 크레디트스위스 투자 전략 부문에서 담당으로 있었던 금융·투자 분야 전문가다. 2015년 크레디트스위스에 합류하기 전에는 미국 재무부에서 부채 관리, 금융 연구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선임고문을 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경에는 뉴욕연방준비은행에 합류해 '기간자산담보부증권대출기구(TALF)'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등 정책 자문을 지원했다. 이 외에도 IMF, G20 워킹그룹, G7 국가에 재무 정책·솔루션을 진단하기도 했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다. 이미 일어난 일로 인해 무너진 신뢰도 다시 얻기까지는 매우 힘들다. 지정학적 갈등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장 내일 일단락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일어난 통화 패권 다툼 등 부수적인 효과를 당장 해결하기는 힘들다."

지난 4월 19일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2023 FIND·제24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한 졸탄 포자르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여부 전망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현상도 팬데믹 등 이미 일어난 일들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음은 졸탄 포자르 이코노미스트와의 일문일답.

ㅡ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

▲우선 지금의 지정학적 위험과 갈등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여나 지정학적 갈등이 완화돼도 달러패권에 대한 다른 통화의 도전 등 통화 문제는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한번 신뢰를 잃으면 다시 되돌리기 힘든 법이다. 여기에 더해 G7이 러시아로부터 환매 가능한 예금을 압류하면서 달러의 신뢰도에도 금이 갔다고 생각한다. 기존 달러를 중심으로 묶인 통화 간 상호관계가 약해졌다는 의미다. 전 세계의 지정학적 구도 또한 기존 일강체제에서 다중체제로 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장 일단락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이는 되돌릴 수 없다.

ㅡ달러 패권도 지속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나.

▲달러가 내일 당장 없어질 일은 없다. 지금으로부터 10년, 20년 후에도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다만 몇몇 변곡점을 겪으면서 위안화와 같은 다른 통화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통화의 강세는 달러를 희생시키기 마련이다. 유로의 탄생 이후 유로는 외환보유액 중 30% 비중을 차지한 적도 있다. 이처럼 만약 중국이 수출 영역에서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위안화가 원자재 등 영역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면 더 많은 목소리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위안화의 영향력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다.

ㅡ통화정책뿐 아니라 산업정책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리는 연방준비제도(Fed)와 같은 중앙은행의 정책에만 신경을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최근 총재가 바뀐 일본은행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일본은행의 정책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금리는 올릴 것인지 내릴 것인지 등에만 관심이 크다. 하지만 산업정책 또한 금융정책에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재정·산업 정책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는 언급을 한 이유다. 산업정책 또한 각 국가별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급격한 금리인상 속도·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양적완화, 속도조절, 인센티브 등이 그것들이다. 동시에 에너지전환, 그린에너지 산업도 눈여겨봐야 한다.

ㅡ인플레이션과 고금리는 얼마나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가.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는 상품 공급량을 넘어서는 많은 양의 통화를 시장에 부었다. 이에 따라 약 3년간 인플레이션은 계속 있어 왔다. 미국에선 인플레이션의 장기적 추세를 반영하는 근원물가지수는 여전히 오름세에 있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점점 둔화하는 추세다. 아울러 미국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고용률을 보이고 있고, 임금상승률도 높다. 근원물가지수는 계속해서 뛸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원자재, 식음료, 에너지 등 시장은 포화 상태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전반적인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최소 향후 5년간 2% 미만으로 내려갈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ㅡ지난 SVB 사태 등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은행의 위기(Banking Crisis)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은행위기였다면 연준이 지금보다 더 신속하고 공격적으로 대응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SVB 사태는 은행의 시스템 문제라기보다 시장 불안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자금 인출이 지나치게 빠르게 이뤄진 기이한 현상이라고 본다. 이런 현상은 시스템만으로 통제하기 힘들다. 연준이 보증을 서겠다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외 다른 큰 은행들의 실적을 봐도 이로 인한 영향도 없어 보인다.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사태들은 은행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은행공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ㅡ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주지 않았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가는 은행 시스템에 더 많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은행부도가 시장 신뢰도를 낮추거나 부채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미치는 등 시장에 타격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이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고,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한 제도와 정책을 지원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생각한다.

ㅡ주식시장이 급변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눈여겨보는 종목 분야가 있는지.

▲아무래도 원자재 시장이 유망하지 않나 보고 있다. 최근 지정학적 문제로 인해 원자재 부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상황이다.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다. 에너지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기름값은 더 오를 개연성이 높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의 실적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 친환경 에너지 등 에너지 정책에 대한 관심도 이전 대비 증가한 점도 긍정적이다. 현금과 주식 보유 비율은 반반으로 정하는 것도 추천한다.
현재 현금은 보유하기 좋은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펀드에 투입해도 수익률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높은 이자율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예금 투입 등 방법 기반의 현금 보유도 좋은 방법이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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