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인 세종시는 총체적 정책실패의 현장이다.
세종시 가로수는 10년 전과 비슷할 정도로 어른 허리 높이밖에 자라지 않을 정도로 난쟁이 나무들의 도시다. 출퇴근 시간을 빼곤 걸어다니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거의 없을 정도다. 세종시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애초 행정수도에 어울리지 않게 외적인 미관을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다. 거대한 용의 형상으로 아름다움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정부청사의 효율적 사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앙집중형 구조가 아닌 분산형 설계와 배치 탓에 청사 간의 물리적 거리는 멀고, 부처 간의 시너지는 언감생심이다. 세종시로 출장 오는 사람들은 숙박시설도 없어 애를 먹는다. 유일하게 있는 호텔은 부르는 게 값이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있는 중앙동까지는 서울역에서 KTX로 50분에 불과하지만 오송역에서 중앙동까지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오송역에서 BRT(bus rapid transit·간선급행버스체계) 만원 버스를 타고 정부세종청사 북측 정류장에 내려 700m가량을 걸어가야 도착한다. 대기시간 등 이런저런 시간을 더하면 거의 2시간 넘게 걸린다.
여기에는 비정상적인 오송역의 결정 과정이 숨겨져 있다. 충청북도가 균형발전과 충북의 저발전 신화를 바탕으로 오송역 건설을 강력히 원하면서 관철된 오송역은 겉돌고 있는 세종시의 숨겨진 비극이다. 전문가들은 오송역이 아닌 세종청사역의 건설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지역 이기주의와 허울 좋은 균형발전이라는 레토릭에 손을 들어야 했다. 그 결과는 환승역으로 전락한 오송역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한 행정수도가 비효율의 대명사로 전락한 경위다. 행정수도는 효율성과 접근성이 최우선 가치다. 미적 측면도 중요하겠지만 청사가 아름다워서 어쩌란 말인가.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하면 그건 실패한 정책이다.
나 홀로 고립된 곳에 지어진 혁신도시는 그야말로 '유령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다. 지방균형은 지역 할당제가 아닌 기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유기적 연계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전국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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