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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애프터’ 없는 테마주, 이대로 괜찮나

최두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3 18:07

수정 2023.06.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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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애프터’ 없는 테마주, 이대로 괜찮나
"휴대폰 액세서리 만들던 회사가 리튬을 채굴하고, 가방 만들던 회사가 신약을 제조합니다. 테마에 편승한 단순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죠."

테마주는 우리 증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실적이 아무리 올라도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테마주로 묶이면 단기간 엄청난 급등세를 연출한다. '달콤한 유혹'에 '묻지마 투자'는 일상이 됐다. 일부 상장사는 사업목적에 신사업을 추가하고, 주가 상승을 기대한다.
'이차전지와 스치기만 해도 급등'이란 우스갯소리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2018년 국내 증시에는 바이오 열풍이 불었다. 기대감에 오르는 주식의 특성상 새로운 치료제 개발은 그 자체로 강력한 모멘텀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메타버스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너도나도 신사업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초에는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금융감독원이 △이차전지 △AI △로봇 등을 새롭게 사업목적에 추가한 상장사들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105개 기업이 이에 해당했다. 이차전지가 54곳으로 가장 많았고 AI 38곳, 로봇 21곳이다.

다만 이들 기업 중 신사업을 옳게 진행하거나 뚜렷한 성과를 내는 상장사는 거의 없었다. 사업목적만 추가하고 사업보고서에 추진 경과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대다수였다.

최근에는 그 추세가 더 가관이다. 이차전지 소재로 쓰이는 '리튬'을 회사 이름에 버젓이 추가해 사명을 바꾸는 경우까지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총 43개사가 사명을 변경했다. 한 달 기준 평균 8.6개사가 회사 이름을 바꾼 것이다. 어반리튬은 기존 '더블유아이'에서 '어반리튬'으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6개월 만에 '리튬포어스'라는 새 간판을 내걸었다.


'상장사의 가치를 온전히 해석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훼손된 투자시장이다. 눈을 흐리는 투기세력의 교묘한 술책에 테마주 열풍을 이용한 불공정거래만 급증하고 있다.
투자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하는 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건전한 자본시장 확립을 위한 제도적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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