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최고 70층 높이의 재건축이 가능해진 서울 여의도 일대에 신탁 바람이 불고 있다. 전문성을 갖춰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신탁사가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추진 중인 여의도 16개 단지 중 7개 단지에서 신탁 방식의 정비 사업이 추진된다.
여의도 시범·광장·수정 아파트는 한국자산신탁이, 한양·공작은 KB부동산신탁이 사업 시행을 맡았다. 은하아파트는 하나자산신탁을, 삼익아파트는 한국토지신탁이 예비 시행자로 선정됐다.
나머지 8개 단지 중에서도 조합설립이 완료된 곳은 목화아파트 한 곳으로, 향후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단지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여의도는 최고 70층 높이의 아파트 재건축이 가능해진 데다, 350m 높이의 '마천루' 빌딩이 자리한 국제 금융중심지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개발 호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신탁 방식으로 정비 사업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신탁 방식의 정비사업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추진위원회 설립부터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와 철거, 분양까지 길게 10년 이상 걸린다. 신탁 방식은 추진위 설립부터 조합설립인가까지 3년가량 기간이 단축된다.
조합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내부 마찰도 최소화할 수 있다. 조합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조합장 선출부터 조합원 의견을 모으는 일 등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배임 혐의 등 조합 내부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지난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으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면서 정비업계의 신탁 방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이에 여의도뿐만 아니라 양천구 목동 재건축 단지,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등도 신탁 방식의 재건축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탁 방식은 조합의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업 속도를 낼 수 있다"며 "과거에는 건설사가 금융과 공사 모두 담당해 공사비를 쉽게 부풀리는 경우도 많았는데 신탁사가 재건축·재개발 시행을 맡으면서 견제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이슈로 여러 시공사가 몸을 사리고 있어 신탁사의 진출 범위가 더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탁 방식의 경우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다. 보통 신탁사가 받는 수수료는 총 분양대금의 1~2%가량으로, 분양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
토지 면적 3분의 1 이상을 신탁 등기해야 하고, 계약 해지 때 "토지 등 소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조항을 우려하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았다. 한번 신탁사와 시행 계약을 맺으면 소유자 전원이 동의하거나 수탁사 귀책 사유 없이 쉽게 계약을 해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신탁사는 자금조달과 금리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주비 대출이나 중도금 대출금리를 낮게 적용받을 수 있다는 이점에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를 찾는 재건축 단지들이 늘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이주비 대출을 받은 조합원이 입주 6개월~1년 늦어지면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신탁사는 그런 부담이 없다"며 "재건축 조합은 직접 시행이 처음이기 때문에 우왕좌왕할 수 있는데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는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공급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