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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긴 코인이 안 나와요"...'먹튀 악몽' 재현되나 [코인브리핑]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4 16:34

수정 2023.06.14 17:47

서울 강남구 하루인베스트 사무실이 잠겨있다. 텔레그램 캡처
서울 강남구 하루인베스트 사무실이 잠겨있다. 텔레그램 캡처

[파이낸셜뉴스] 국내 가상자산 운용 업체가 갑자기 입출금을 중단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사무실을 폐쇄하면서 '먹튀' 사건이 또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가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는 언제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는 하루인베스트는 지난 13일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한다"라고 공지한 이후 '러그풀(먹튀 사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하루인베스트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예치(스테이킹) 하면 최대 12%의 연 이율로 이자를 주는 중앙화 금융 서비스(Cefi) 서비스다.
특히 높은 이율을 내세웠기 때문에 투자자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주목을 받아 왔다. 이를 기반으로 140여 개국에서 8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거래 규모는 22억7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회사는 밝혀 왔다.

주목 받던 자산운용사가 갑자기 입출금을 중단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공식 성명을 내며 "최근 내부 점검 중 위탁 사업자가 제공한 특정 정보가 허위인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라며 러그풀이 아니라고 정면 반박했다.

그러나 SNS와 국내 사무실은 이미 폐쇄된 상태이고,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도 연락이 두절되면서 우려는 더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도 투자자 피해를 막고자 일제히 출금 제한에 들어갔다. 업비트, 코인원, 코빗, 고팍스는 하루인베스트 대상 디지털자산 입출금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하루인베스트에 입출금을 지원하지 않는 빗썸 역시 "자산 보호를 위해 이용에 주의해 달라"는 공지를 띄웠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약속했던 이율은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었다"라며 "업계 일각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국내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에서 문제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 코인거래소인 고팍스에서 만든 예치 서비스 고파이에도 500억원이 넘는 자금이 고객들에게 상환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코인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협력사인 제니시스가 가상자산 대출과 이자 상환을 중단하자 고파이도 자금 상환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 고파이에 묶인 미상환 자금은 566억원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한다. 현재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 자체가 금융 당국 관할 밖에 있기 때문이다.

하루인베스트, 고파이 등의 가상자산 운용사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대상이 아니다. 금융위원회에 VASP 신고 없이도 운영할 수 있다. 특히, 하루인베스트는 국내에 법인만 등록해놨을 뿐 주 사업은 싱가포르 법인을 기반으로 운영해왔다.

금융감독원에서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VASP 신고 수리가 완료된 사업자를 대상으로만 살펴볼 수 있어 하루인베스트를 확인하고 점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하며 "법적 규제의 미비로 인해 나서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사기 사건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코인 예치 서비스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사실상 금융당국의 컨트롤이 불가한 상황에서는 이번 사태는 재발될 수밖에 없다"며 "예치 서비스 업체들도 VASP 신고를 통해 이번 사태 방지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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