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자 믿고 맡겼는데…" 코인 ‘먹튀’ 악몽 재현되나

하루인베스트 입출금 중단 공지
사무실·SNS 폐쇄에 고객 불안
거래소들도 출금 제한 대응 나서

국내 가상자산 운용업체가 갑자기 입출금을 중단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사무실을 폐쇄하면서 '먹튀' 사건이 또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가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는 언제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운용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루인베스트는 지난 13일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공지한 이후 '러그풀(먹튀 사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하루인베스트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예치(스테이킹)하면 최고 연 12%의 이자를 주는 중앙화 금융 서비스(Cefi)업체다. 높은 이율을 내세워 투자자는 물론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140여개국에서 8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거래 규모는 22억7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었다.

이렇게 주목받던 운용사가 갑자기 입출금을 중단했다. 논란이 커지자 성명을 통해 "최근 내부점검 중 위탁사업자가 제공한 특정 정보가 허위인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며 러그풀이 아니라고 정면 반박했다.

그러나 SNS와 국내 사무실은 이미 폐쇄된 상태고,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도 연락이 두절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도 투자자 피해를 막고자 일제히 출금 제한에 들어갔다. 업비트, 코인원, 코빗, 고팍스는 하루인베스트 대상 디지털자산 입출금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하루인베스트에 입출금을 지원하지 않는 빗썸 역시 "자산 보호를 위해 이용에 주의해 달라"는 공지를 띄웠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약속했던 이율은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었다"라며 "일각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예견된 일"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가상자산 운용서비스는 금융당국의 관할 밖에 있기 때문이다.

하루인베스트, 고파이 등 가상자산 운용사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대상이 아니다.

하루인베스트는 국내에 법인만 등록해놨을 뿐, 주요 사업은 싱가포르 법인을 기반으로 운영해왔다.

금융감독원도 "금융정보분석원(FIU)은 VASP 신고 수리가 완료된 사업자를 대상으로만 살펴볼 수 있어 하루인베스트를 확인하고, 점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법적 규제의 미비로 나서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사기 사건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mail]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