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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달러 페그제 폐기...나이라, 폭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5 04:43

수정 2023.06.15 04:43

[파이낸셜뉴스]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수도 아부자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티누부 대통령의 과감한 경제개혁 조처의 일환으로 나이지리아는 비공식적으로 고정환율제를 폐기했다. 로이터연합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수도 아부자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티누부 대통령의 과감한 경제개혁 조처의 일환으로 나이지리아는 비공식적으로 고정환율제를 폐기했다. 로이터연합


나이지리아가 고정환율제를 폐기하면서 14일(이하 현지시간) 나이지리아 통화인 나이라가 폭락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달러페그제 폐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정환율제가 사실상 사라졌다면서 나이라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면서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수준으로 환율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이지리아 언론들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외환딜러들에게 나이라를 자유롭게 거래하라고 통보했다.

달러페그제 폐기는 지난달 볼라 티누부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과감한 개혁 조처 가운데 하나다.

티누부 대통령은 지난 9일 고드윈 에메필레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해 나이지리아의 복잡한 환율 시스템을 끝장낼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에메필레 전 총재는 복잡한 환율 정책으로 나이라 가치를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심각한 달러 부족 사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FT는 리피니티브를 인용해 나이라 가치가 이날 달러에 대해 600나이라로 폭락했다고 전했다. 하루 만에 가치가 23% 폭락했다. 2016년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외환딜러들은 그러나 실제 하락세는 더 급격하다고 보고 있다. 나이라가 나이지리아 은행들 사이에서는 달러당 약 750나이라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낙폭은 23%가 아니라 40%로 사상최대를 기록한다. 딜러들은 750나이라가 보통 나아지리아 사람들이 활용하는 환율이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는 달러 페그제 폐기로 수년에 걸친 달러 배급제도 끝내게 됐다. 아울러 외국인들의 직접투자를 부추기고 나이지리아에 대한 외국인 자금 유치도 자극할 전망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 신흥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제이슨 튜비는 나이라 환율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면 지난 수년간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튜비는 처음에는 금융 투자자들이 몰려들겠지만 결국에는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재개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컨설팅업체 송하이어드바이저리의 아데다요 아데문와군 컨설턴트는 새 정부의 다음 행보는 중앙은행 총재를 새로 뽑고 경제를 되살릴 신뢰할만한 계획을 내놓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을 경우 경제는 계속해서 충격에 취약한 상태로 남아있게 되고,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려던 시도 역시 궤도를 이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에메필레의 측근 가운데 한 명인 폴라쇼둔 아데비시 쇼누비가 임시로 맡고 있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그동안의 달러 부족에 따른 배급제로 상당한 경제적 부작용이 따랐다. 가장 크게 어려움을 겪은 곳은 외국 항공사들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항공사들이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8억1200만달러(약 1조원)로 전세계 항공사 미수금의 절반에 육박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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