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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운용사, 도미노로 무너지나.."現 피해액만 300억" [코인브리핑]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5 15:30

수정 2023.06.15 15:30

지난 14일 국내 코인 예치 서비스 델리오가 하루인베스트에 이어 출금을 일시 정지한다고 14일 밝혔다. 뉴시스 제공
지난 14일 국내 코인 예치 서비스 델리오가 하루인베스트에 이어 출금을 일시 정지한다고 14일 밝혔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가상자산 운용사들이 도미노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하루인베스트가 출금을 중단한지 하루 만에 유사업체인 델리오도 출금을 중단했다. 투자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이틀도 되지 않아 피해액은 3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델리오도 출금 중단

15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운용사 델리오가 뱅크런(대규모 출금) 우려로 지난 14일 출금을 중단한 채 재개 시점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출금 재개 시점은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출금 중지가 장기화되는 것은 회사나 투자자 모두에게 좋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밝혔다.

앞서 하루인베스트는 지난 13일 파트너사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로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했다. 여기에 사무실을 폐쇄하고 직원들은 잠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그풀(먹튀) 의혹이 점차 확산됐다.

하루인베스트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테더 등을 예치하면 최대 12% 연이율로 이자를 주는 '중앙화 블록체인 금융 서비스(Cefi)' 서비스다. 높은 이율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 140여 개국에서 8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루인베스트가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하자, 유사 업체인 델리오도 잇따라 출금을 중단시켰다. 델리오는 이른바 ‘하루인베스트 사태’ 이후 출금 요청이 몰리면서 14일 오후 6시 30분을 기점으로 해당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하루인베스트에 예치한 고객 자금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사태 2일 만에 "피해액 300억원"
지난 14일 오후 '출입 금지' 경고 문구가 붙어있는 하루인베스트 사무실 내부는 에어컨이 켜진 채로 잠겨있었다. 뉴시스 제공
지난 14일 오후 '출입 금지' 경고 문구가 붙어있는 하루인베스트 사무실 내부는 에어컨이 켜진 채로 잠겨있었다. 뉴시스 제공

가상자산 운용사에 자금을 맡긴 투자자들은 현재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장판사 출신으로 블록체인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엽 LKB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LKB 로집사 레귤레이션센터에서 지난 13일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피해를 입은 예치자들을 모집했는데 이틀 만에 4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다"고 밝혔다.

현재 예상되는 피해액은 300억원 수준이다.

이정엽 변호사는 "운용사들이 구체적인 과정을 밝히지 않고 있는 걸 봐서는 본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투자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라며 "우선 빠르게 법정관리·계좌동결을 진행해서 남은 금액이라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무법지대 '코인 운용사'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현재 가상자산 운용사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조사 및 제재는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국내 가상자산 운용사 중 유일하게 VASP 신고 수리를 마친 델리오로부터 출금 정지 건을 확인하는 등 사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델리오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관련 자료를 일부 제출한 상태다.

델리오는 FIU가 횡령 및 배임 의혹을 제기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정상호 대표는 “FIU와 계속 소통하고 있는데 횡령, 배임 얘기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투자 사기가 증가하면서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신고센터'를 설치해 연말까지 운영하며 신속·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엽 변호사는 "부실 대출과 위험한 투자를 막고자 기존 은행들을 강력한 은행법으로 규제하는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의 금융투자상품, 투자계약증권 등의 개념을 이용해 당장은 규제할 수 있지만, 제도가 미비된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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