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신원 파악되지 않는 타인의 은밀한 사진 유포... 당사자 배포 동의 여부 확인할 수 없어도 유죄 [서초카페]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5 18:16

수정 2023.06.15 18:16

타인의 내밀한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했을 때, 사진 속 인물의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 유죄일까 무죄일까.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5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1년 9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 침대에 앉아있는 나체의 남성과 그 옆에 치마를 입고 있는 여성의 사진을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A씨가 배포한 사진은 두 화면으로 나뉜다. 하나는 남성이 나체로 침대에 앉아있고 그 옆에 한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고 앉아있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앉아있는 여자를 다리 아래쪽에서 치마 쪽을 향해 촬영한 장면이다.

당초 검사는 A씨에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 법 제44조의 7은 '음란한' 화상, 영상 등을 배포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따라서 A씨가 배포한 사진이 '음란한'지가 중요했다. 1심은 A씨가 배포한 사진 자체만 봤을 때 사회 통념상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정도는 아니라는 점에서 이법이 규정한 음란한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고 봐 무죄 판단했다.

2심에서는 쟁점이 더해졌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사가 A씨의 공소사실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위반 혐의를 추가하면서부터다. 해당 조항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촬영물 등을 배포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다시 말해 이 조항이 적용되기 위해선 촬영물 속 인물이 촬영, 배포에 동의하였느냐의 여부가 핵심이다.

2심은 사진 속 남성 또는 여성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완전한 증명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진이 몰래 찍은 것처럼 연출됐거나, 당사자들이 배포에 동의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사진 속 인물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더라도 촬영물을 토대로 알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취득과 유포가 이뤄진 경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정도는 물론 촬영물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될 경우 피해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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