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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유럽 배터리 규제법 승인, 기업 피해 최소화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5 18:19

수정 2023.06.15 18:19

K배터리, 유럽시장 63% 점유
제도 정비하고 기술 개발해야
유럽의회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배터리 규제법을 승인했다. 사진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뉴스1
유럽의회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배터리 규제법을 승인했다. 사진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뉴스1
유럽 의회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배터리 설계, 생산, 폐배터리 관리를 규제하는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을 승인했다.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는 휴대폰과 전기차 등에 쓰이는 배터리의 생애주기를 관리하고 친환경성을 강화하는 규제다.

유럽은 휴대폰과 전기차 부문에서 우리 기업들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올 1·4분기 유럽 시장점유율이 제일 높은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갤럭시(34%)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친환경 자동차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운행하는 자동차 가운데 전기차 점유율은 올해 13%에서 2030년 72%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배터리 3사가 유럽에서 63.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배터리법은 배터리 전 주기에 걸쳐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탄소발자국 제도, 리튬 등 광물을 재사용하는 재생원료 사용제도, 배터리 생산·사용 등의 정보를 전자적으로 기록하는 배터리 여권제도도 포함됐다. 우리 기업들의 유럽 시장점유율이 높은 만큼 까다로워 보이는 배터리법 규제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 있다. 다만 우리 기업에만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기에 우리만 불리할 것도 없다. 또 하위법령이 2024∼2028년 제정될 계획이어서 시간적 여유도 있긴 하다.

정부는 대책단을 꾸려 이번 배터리법 통과에 대응해 왔다고 한다. 이제부터 할 일은 유럽뿐만 아니라 글로벌 친환경 기준에 맞춰 공급망을 정비하는 것이다. 배터리는 제조와 폐기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킬 여지가 큰 제품이다. 기왕에 유럽에서 관련 규제법이 통과된 이상 배터리 생애주기 동안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도 마찬가지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세부조항을 담은 하위법령 제정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혹시라도 우리 기업에 불리한 규정이 들어가지 않도록 정부는 기업들과 협력해 유럽연합(EU)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외교적 노력도 아끼지 말기 바란다. 국내법적으로도 유럽이 제정한 법률을 모델로 삼아 배터리 생산과 재사용·재활용 등에 대한 제도와 법규를 마련하고 정비하는 게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준비다.

자동차와 휴대폰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 배터리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피해와 반갑잖은 부산물도 적지 않다.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기업과 정부가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탄소저감 또한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주요국들이 함께 짊어진 짐이다.


환경적 규제인 유럽의 배터리법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제정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도 취지가 다르다. 규정을 완벽하게 따르자면 적잖은 비용과 기술을 투입해야 하겠지만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정부의 뒷받침만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규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