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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미쳤어"...한강을 바꾼 '세빛섬' 숨겨진 이야기 [부동산 산책]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7 09:00

수정 2023.06.17 08:59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산책’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이슈와 투자 정보를 엄선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전경. 사진=최원철 교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전경. 사진=최원철 교수

빌바오 구겐하임. 스페인 변방 도시인 빌바오시에 건설된 미술관입니다. 그런데 원래 빌바오시는 철강과 조선의 도시였습니다. 구겐하임 원장 말로는 한국 때문에 도시가 망했다고 합니다. 포항의 포항제철 공장과 울산의 조선소가 생기면서 빌바오시가 망하게 된 것이다.

조그만 소도시였는데 지금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때문에 매년 유럽과 전세계에서 500만명 이상 찾아오든 대표적인 관광도시가 됐습니다.


실제 빌바오시를 가면 구겐하임 미술관 때문에 오는 관광객이 대부분이고, 특별한 관광 거리나 먹거리가 없습니다. 미국의 프랑크 게리가 설계를 했고 1997년 개장했는데 왜 빌바오 구겐하임이 국내 도시에 귀감이 될까요.

'공업도시에 웬 미술관'...구겐하임의 반전

스페인 빌바오는 1980년대 도시기능이 쇠퇴해져 갔는데, 1991년 바스크 지방정부가 이 도시가 살아 나려면 문화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판단, 1억 달러를 들여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했습니다. 당시 시장과 기획자 2명을 제외하고는 이 계획을 대부분 반대해 추진 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웠다고 하네요.

“무슨 공업도시에 엄청난 미술관을 건설하냐고 미친소리 하지 말라고” 그런데 겨우 설득해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완성되자, 유럽 전역에서 예술가나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빌바오시는 그렇게 해서 도시 전체가 이 미술관 하나 때문에 먹고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제용어가 생겨났는데, 바로 '빌바오 효과'입니다. 건축물 한 개가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에서 전세계 1,600명의 셀럽들이 참여하고 유튜브로 생중계 됐던 ‘루이비통 패션쇼’가 열린 세빛섬. 그리고 세계적인 영화인 ‘어벤져스2’에 연구소로 등장해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찾아왔던 바로 그 세빛섬도 건설되기까지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세빛섬 야경 전경. 세빛섬 홈페이지 캡처
세빛섬 야경 전경. 세빛섬 홈페이지 캡처

"당신 미쳤냐"...보험 회사도 세빛섬 퇴짜

출발은 서울시에서 한강 르네상스를 추진하는데 아이디어가 별로 없다고 해서 알려드렸습니다. 한강에 공연장과 문화센터가 가능한 초대형 ‘플로팅 아일랜드’를 건설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세계 전문가들까지 초청해 세계 최초로 강 위에 설치되는 컨벤션과 문화시설을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서울시에서는 제 3자 공모를 하게 됐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세빛섬을 같이 추진할 회사들로 SPC를 설립하고 준비를 마치고 CEO 한테 결재를 받으러 올라갔습니다. 당시 첫 마디가 ‘당신 미쳤어?’ 하시면서 퇴짜.

그리고 또 한번의 퇴짜. 삼세판에 겨우 결재 받아 추진하는데, 이번에는 관련 공무원들이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다고 퇴짜를 놨습니다.

어렵게 사업자 선정이 되고 공사가 시작되려는데, 이번에는 보험회사에서 공사보험을 못들어 준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4000톤이나 되는 부유체가 떠내려가면 한강 다리 몇 개가 박살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안정성을 검증 받고 보험가입이 돼 정말 힘들게 준공을 했습니다. 프로젝트을 처음 추진할 때, 공사할 때, 그리고 준공 후에도 ‘당신 미쳤냐?’라는 소리를 엄청 들었었는데, 지금은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관광물이 되었습니다.

현재 지방 소멸 방지를 위해 내수관광 활성화를 해야 한다 목소리가 큽니다.
이런 랜드마크가 필요한 지자체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리고 왜 한국인들은 전부 일본이나 베트남만 갈까 하고 부러워하시죠. 방법은 이런 랜드마크를 끝까지 해결해 줄 미친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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