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인권축제인 대구퀴어문화축제를 하루 앞두고 '집회·결사의 자유'와 '시민 통행권'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16일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와 법조계, 대구시 등에 따르면 전날 대구지법은 동성로 상인들이 퀴어문화축제 주최 측을 상대로 제기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상인들의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 제한 정도가 표현의 자유보다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경찰의 버스노선 우회 요청을 묵살하고 "도로 불법점거 축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홍준표 시장은 퀴어축제가 열리는 곳이 대중교통전용지구인 점을 들어 "집회를 하려면 다른 곳에 가서 하라"며 "1시간에 80여대의 대중교통인 버스가 오가는 번화가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여는 퀴어축제를 단연코 용납하기 어렵다"며 시민 통행권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집회 신고를 소관하는 경찰이 대구시에 버스노선 변경이나 우회를 요청했으나 불허되자 내부적으로 당혹스러운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한 관계자는 "해마다 퀴어축제를 열면 버스 노선이 조정되거나 우회 조치됐는데, 올해는 대구시가 거부해 곤혹스럽다. 자칫 내일 행사장에서 충돌이나 마찰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일부 공무원들도 홍 시장의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공노 대구지역본부 중구지부는 성명을 통해 "법원의 집회 보장 결정에도 불구하고 홍 시장이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한 경찰의 시내버스 우회 협조 요청을 거부하고, 버스 운행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한다"며 "사실상 집회를 방해하겠다는 심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시가 행사장에 부스 등이 설치되면 즉시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싶은 구청 공무원을 홍 시장의 위험천만한 정치적 도박판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성소수자를 더 이상 차별하고 모욕하지 말고 법원 결정대로 집회의 자유 보장에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대구시는 "도로 불법점거 집회임에도 관행적으로 개최돼온 퀴어문화축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도로 무단 점거 집회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이어 "퀴어문화축제는 동성로 상권의 이미지를 흐리고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문화를 줄 수 있는 등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공공성 없는 집회임에도 그동안 관행적으로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대중교통을 방해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찰이 도로 불법점거 시위를 제한할 수 있으므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며 "경찰이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아 재차 적극적인 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퀴어축제 때 도로 불법점거를 막겠다고 하니 경찰 간부가 '집회방해죄로 입건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며 "(그래서 제가) '교통방해죄로 고발한다'고 하니, 나한테 교통방해죄 구성 요건을 설명해 주겠다고 설교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경찰인지 퀴어축제 옹호 경찰인지 참 어이가 없다"며 "요즘 경찰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공권력이 불법 도로점거 시위 앞에 왜 이렇게 나약해졌는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멈추자는 취지로 2009년 시작돼 해마다 열리는 대구의 대표적 인권축제로 일부 국가의 대사관도 공식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독교단체 등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해마다 개최를 반대해 갈등과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는 '우리는 이미'를 주제로 오는 17일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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