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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자들, 샤넬백 사줄 돈 없으면 청혼 못한다".. 'MZ허세' 꼬집은 美WSJ

박상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7 09:27

수정 2023.06.17 09:26

WSJ, 1면에 '570만원짜리 청혼' 기사
"여성들, 호텔서 명품받고 SNS 자랑"
미국 주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고가의 호텔에서 명품 가방을 주면서 프러포즈하는 한국의 청혼 문화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WSJ에 파티플래너 그레이스 홍이 제공한 관련 사진. /사진=뉴스1
미국 주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고가의 호텔에서 명품 가방을 주면서 프러포즈하는 한국의 청혼 문화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WSJ에 파티플래너 그레이스 홍이 제공한 관련 사진.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누구나 호텔 프러포즈를 선호한다. 이는 모든 여성의 꿈.”

최근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명품 가방을 선물하며 청혼하는 프러포즈가 한국에서 유행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미국 주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의 청혼 허례허식을 조명했다. 청혼 과정에서부터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오는 허례허식이 우리나라의 결혼·출산율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WSJ은 15일(현지시간) 지면 1면 하단에 ‘결혼 전 비싼 장애물 : 4500달러짜리 청혼’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의 청혼 문화를 다룬 해당 기사는 한국에서 하루 숙박비가 100만원이 넘는 고급 호텔에서 명품 가방과 장신구 등을 선물하는 것이 청혼 트렌드가 됐다고 전했다.

WSJ는 실제 청혼을 받거나, 청혼 계획이 있는 한국인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직장인 오모씨(29)는 최근 국내 최고급 호텔에서 프러포즈를 받았다. 오씨의 남자친구는 약 150만원의 호텔 숙박비, 꽃 장식과 샴페인 등이 포함된 청혼 패키지 등을 포함해 청혼에만 수백만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청혼을 받은 오씨는 ‘Marry Me(결혼해줘)’라고 적힌 풍선 앞에서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했고, 그의 옆엔 푸른 티파니 쇼핑백과 샴페인이 놓여있는 것이 눈에 띈다.

오씨는 “누구나 호텔 프러포즈를 선호한다. 이는 모든 여성의 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하모씨는 최근 여자친구에게 호텔 프러포즈 하는데 총 570여만원을 들였다고 전했다. 방에 카메라 3대를 설치하고 청혼 과정을 찍은 뒤 SNS에도 올렸다.

하씨는 “솔직히 금전적으로 부담이 된다”면서도 “여자친구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다”고 전했다.

최근 인천의 한 5성급 호텔에서 명품 브랜드 디올의 가방과 함께 남자친구로부터 청혼을 받았다는 직장인 이모씨(27)는 “한국에서 독자적이긴 쉽지 않다”면서 “그렇기에 여러분도 유행을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이러다 보니 결혼 계획을 늦추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모씨는 “여자친구가 호텔에서 샤넬 가방과 함께 프러포즈 받은 친구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깜짝 놀랐다”며 당초 올여름으로 계획했던 청혼을 연말로 미루고 저축에 나섰다고 전했다.

김씨는 최근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한국 프러포즈 문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반응은 기혼자와 미혼자로 갈렸다고 한다.

미혼자들은 “샤넬 백을 살 여유가 있는지, 프러포즈에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물었고, 기혼자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남은 생애 동안 청혼으로 쓴소리를 듣게 된다”고 했다고 한다.

미국 주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지면 1면 하단에 고가의 호텔에서 명품 가방을 주면서 프러포즈하는 한국의 청혼 문화에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WSJ 1면 캡쳐 /사진=뉴스1
미국 주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지면 1면 하단에 고가의 호텔에서 명품 가방을 주면서 프러포즈하는 한국의 청혼 문화에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WSJ 1면 캡쳐 /사진=뉴스1
호텔에서 고가의 선물을 주며 청혼하는 방식이 유행하자 한국 호텔들이 관련 상품을 내놨다고 WSJ는 전했다.

일례로 시그니엘 호텔은 꽃 장식과 샴페인 등이 포함된 ‘영원한 약속’이라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패키지 가격이 157만원에 달하지만 월평균 38회 예약이 이뤄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WSJ는 “한국 결혼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큰 비용이 드는 호화로운 호텔 프러포즈는 결혼율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커플들에게는 압력을 가하는 웨딩 트렌드”라고 지적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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