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이영애 vs 송혜교'에서 '안소희 vs 로제' 구도로 바뀌었다.
K뷰티 투톱 대기업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후'와 '설화수'가 최근 브랜드 이미지 바꾸기에 나섰다.
기존 중국 시장을 겨냥했던 한자 로고를 영문 로고로 바꾸고, 궁중 느낌의 패키징 대신 심플하고 세련된 패키징으로 변화를 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여기에 오랜 기간 브랜드 얼굴로 활약했던 모델을 일부 교체해 신선한 느낌까지 줬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최근 '후'의 신규 라인인 '로얄 레지나(Royal Regina)'를 출시하며 기존 후가 가지고 있던 분위기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이번 신규 라인에 한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기존 모델인 1971년생 이영애가 아닌, 1992년생 안소희를 새 얼굴로 내세웠다.
이영애는 2006년부터 후의 얼굴로 활약하며 '궁중 화장품'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알려왔는데 이번 신규 라인은 기존 브랜드가 추구하던 정체성과 다른 만큼 브랜드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단, 이번 안소희로의 모델 교체는 신규 라인 '로얄 레지나'에 한한 것이다. 이영애는 기존 후 라인의 모델 활동은 이어간다.
그동안 후는 '왕후의 궁중비방'이라는 콘셉트로 마케팅을 해왔다. 또 운영 중인 16개의 제품 라인의 이름에도 '예헌보', '천율단', '진율향', '공진향', '향리담' 등 한자어를 사용해왔다.
제품 용기도 왕실의 도자기와 동양의 연꽃에 기반한 둥근 디자인에 황금색을 적용해 왕실의 찬란함을 담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디자인은 궁중 칠보의 하나인 '호박(amber)'에서 영감을 얻은 '공진향'이다.
이번에 새롭게 소개한 '로얄 레지나'는 영어를 넣은 이름뿐 아니라 패키지에서부터 차별화를 꾀했다. 기존 후의 가장 특징적인 디자인으로 꼽히는 장식적인 요소와 곡선을 줄였고, 흰색으로 모던한 느낌을 냈다.
LG생활건강의 후가 이번 신규 라인에 한해서만 변화를 줬다면, 아모레퍼시픽은 대표 브랜드 '설화수'의 변화에 보다 적극적이다.
설화수는 지난해 리뉴얼을 선언하며 브랜드 모델 교체를 단행했다. 2018년부터 설화수 얼굴로 활약했던 1981년생 배우 송혜교 대신 지난해 8월 블랙핑크 멤버 1997년생 '로제'를 모델로 발탁했다.
4050세대가 좋아하는 고급 화장품이란 이미지가 강했던 설화수는 기존 정체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20대 K팝 아티스트를 브랜드 얼굴로 내세운 것이다.
여기서 나아가 대표 제품인 윤조에센스를 비롯해 화장품 용기에 변화를 줬다.
기존 설화수는 한자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 옆에 빨간색 낙인까지 찍어 선보였는데, 이번 리뉴얼로 백색 바탕 용기에 설화수 영어 로고를 전면에 내세워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했다. 젊은 세대까지 포용하는 브랜드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 같은 K뷰티 대표 화장품 브랜드의 대대적 변화는 국내 화장품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그간 K뷰티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높게 가져갔지만, 코로나19 확산 후 중국 내 소비심리 회복이 더뎌지며 중국 해외 매출이 꺾였고, 따이궁(보따리상)과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국내 면세 매출 부진까지 이어져 사업이 크게 흔들렸다.
여기에 중국 내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이 짙어지며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 LG생활건강의 지난 1분기 해외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5002억원을 기록했는데 중국 매출 감소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 기간 중국 매출은 193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1% 감소한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해외 사업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6.8% 하락한 349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중국 매출이 절반을 차지하는 아시아 매출이 2752억원으로 27%나 하락한 영향이 컸다. 중국 매출은 원화 기준으로 40% 이상 감소했다.
중국에선 약세에 시달리고 있지만, K뷰티 투톱은 중국 이미지를 벗은 대표 브랜드를 앞세워 북미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다행히 북미 사업 매출은 호조세로, 이번 리뉴얼 역시 이 시장을 염두에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생활건강의 올해 1분기 북미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한 1361억원을 기록했고, 아모레퍼시픽 역시 북미 지역 매출은 628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0% 성장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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