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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확장]아직도 조금 예스럽지만…남북한 차이를 줄여줄 북한디자인의 역할 기대

뉴스1

입력 2023.06.17 10:01

수정 2023.06.19 15:58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 출강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 출강


2023년 2월 ‘평양산업미술전시회‘에 출품된 식료품 및 생활소비재 포장· 상표 도안들(이미지 출처 조선중앙TV 소개영상물 캡쳐)
2023년 2월 ‘평양산업미술전시회‘에 출품된 식료품 및 생활소비재 포장· 상표 도안들(이미지 출처 조선중앙TV 소개영상물 캡쳐)


평양에서 열린 ‘봄철전국상품전시회-2023’(4. 28- 5. 9) 전경 (이미지 출처 유튜브 채널 elufatv, 오늘의 평양 홍보 영상(재편집))
평양에서 열린 ‘봄철전국상품전시회-2023’(4. 28- 5. 9) 전경 (이미지 출처 유튜브 채널 elufatv, 오늘의 평양 홍보 영상(재편집))


봄철전국상품전시회-2023에서 북한이 “손님들의 인기를 끈 상품들”을 생산한 단위로 소개한 아침콤퓨터합영회사, 운하대성식료공장, 락랑릉라도수지제품생산소과 대동강맥주공장(이미지 출처 유튜브 채널 elufatv, 오늘의 평양)
봄철전국상품전시회-2023에서 북한이 “손님들의 인기를 끈 상품들”을 생산한 단위로 소개한 아침콤퓨터합영회사, 운하대성식료공장, 락랑릉라도수지제품생산소과 대동강맥주공장(이미지 출처 유튜브 채널 elufatv, 오늘의 평양)


[편집자주][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 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 출강 = 통일되면 디자인의 역할이 궁금해 연구과제를 신청한 적이 있다. 나의 연구 제안은 운 좋게 선정돼, 동독 디자인의 통일 전후 비교 변화를 해보겠다고 2011년 말 베를린을 방문했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베를린에서 본 자료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DDR Museum(구동독박물관)에 전시됐던 동독 권력층들이 구매했던 서방 수입품들의 진열대이다.

영화 <굿바이 레닌>에서 봤던 검소해 보이는 동독 상품 대신 화려한 포장의 수입 소비재로 채운 그 진열대는 통일 전 서독에 비해 형편없었던 동독의 공업 생산 수준과 당시 소비재 배급의 문제점들을 드러낸 것처럼 보였다.

전시를 본 2011년에도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동서독보다 커서 ‘북한 사회에도 이 같은 생활소비재의 해외 의존 현상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지금 북측의 경공업 실상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디자인전시회를 보면 '의식주 관련 소비재 개발의 생산 여건은 어렵겠지만 현대적인 물질 문명을 누리며 잘 살려고 의지와 창작 노력은 계속 갖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북한의 경제 건설과 물질문화 개선의 의지는 디자인 대표 행사인 국가산업미술전시회(2023년 4월6일~5월11일)에서 가장 잘 보여준다. 특히 올해는 공화국 창건 75주기를 맞아 '산업미술은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의 척후대'라는 주제로 디자인전시를 개최한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디자인전시회에 출품된 모든 도안들이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현제품'은 그중 일부이다.

상품으로 개발된 것들은 비슷한 시기 평양에서 열렸던 '봄철전국상품전시회-2023'에서 볼 수 있다. 올해 상품전시회에는 전국 공장, 기업소들이 생산한 3660여종의 상품들이 출품됐고, 수도의 대표적 상업봉사망인 평양제1백화점, 평양지하상점, 평양아동백화점, 서평양백화점, 동평양백화점에서 동시에 열려 매체뿐만 아니라 평양시민들에게도 주목을 받았다.

올해 봄철 전국상품전시회 홍보물을 살펴보면, 일단 눈으로 보기에 10여 년 전에 비해 상품들의 품질이 좀 더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합영회사의 외부 기술 습득과 과학기술 강조 정책 덕분인지 상품 생산기술도 조금 개선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식료품 포장들은 견고하고 다양한 소재로 현대화돼 가고 있다.

2012년 이후 북한이 산업미술(디자인)을 '경제 건설의 척후대'로 부르며, 관련법을 만들고 진흥책을 펼친 것도 소비재 발전 추세에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디자인 대중 교양교육을 강화한 지 10년이 지난 요즘 감각이 젊은 20~30대의 산업미술가들이 사회에 합류하며(조선의 오늘, 2023년 5월31일) 과거 조형양식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체제 우수성을 대외 홍보하기 위해 SNS에 주민 일상 영상을 예전보다 자주 올린다. 하지만 댓글들을 살펴보면 "과거 70~80년대 모습 같다"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전시회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얼핏 보이는 차 없는 적막한 거리, 평양을 벗어나면 보이는 낙후된 시설들의 북한 모습들 때문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원인이 되는 듯하다. 아마도 남북의 생활격차가 점점 커진다고 느낄수록 남한 국민들의 북한 사회 인식은 더 부정적이게 되나 보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의 '2022 국민 통일 의식 조사' 결과 '남한 주민의 막대한 통일비용 부담' 응답이 최근 3년간 소폭씩 증가 추세(2020년 50.8%, 2021년 52.4%, 2022년 53.6%)라는 보고를 본 적이 있다.

남북한 통일은 고사하고 상호 존중, 화합이 조금 더 쉬워지도록, 가난해도 잘 차려입은 '체면'의 역할을 북한디자인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최근 전시들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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