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유정, 6년 전 '골프 캐디' 집착했다..고3때부터 신분변화 갈망"

임우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8 13:58

수정 2023.06.18 14:49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보자 인터뷰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화면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화면

[파이낸셜뉴스] 자신의 신분을 속여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과거 6년 전 골프장 캐디 직업에 집착하는 등 자신의 환경을 집요하게 바꾸려고 한 정황이 발견됐다.

골프장 면접 봤지만.. 고개 푹 숙이고 대답 잘 못해 탈락

지난 1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팀은 정유정의 정체와 범행 동기에 대해 추적하던 중 6년 전 정유정을 면접 봤다는 한 제보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보자는 정유정이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7년 한 골프장 회사의 직원이었다며 당시 정유정이 '검정고시 후 취업준비중'이라며 골프장 캐디에 지원했었다고 소개했다.

제보자는 당시 정유정이 면접 자리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의 모습에 "사회성이 힘들어 보였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정유정은 면접에서 탈락한 뒤 2~3차례 다시 회사 측에 이력서를 보냈다고 한다. 또 전화를 걸어 화풀이를 하는가 하면 게시판에 탈락 이유를 확인하는 등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다.


정신과 전문의 "정유정, 환경 바꾸고 싶어한 것"

이에 대해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정유정이 환경을 바꾸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정유정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집에서 벗어나 새롭게 삶을 시작하고 싶어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범행 후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정유정(23). /부산경찰청 제공
범행 후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정유정(23). /부산경찰청 제공
범행대상 물색, 피해자 한 명 아니였다

한편 전문가는 정유정의 이번 범행에 대해 피해자의 ‘신분’을 노리고 범행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취재팀에 따르면 정유정은 범행 3개월 전부터 '시신 없는 살인'에 대해 집중 검색했다. 범행 사흘 전에는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중고로 산 교복을 입어 중학생으로 위장했다.

주로 과외 앱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는데, 접근한 사람은 사망한 피해자 한 명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 직전 정유정에 과외 문의를 받았다는 과외 선생 둘은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정유정으로부터 '혼자 사느냐', '선생님 집에서 과외 가능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를 토대로 정유정은 20대 고학력자에 자택에서 과외가 가능한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노린 것으로 보인다.

망설임 없는 사후처리.. 계획적 범행에 무게

또 정유정의 이번 범행은 우발적인 것이 아닌 계획적이라는 것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범행 당시 정유정은 피해자의 목덜미를 집중적으로 찔러 살해하고, 10분 만에 살해 도구와 청소 도구를 구입하는 등 사후 처리에도 망설임이 없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한 법의학자는 "치명타인 걸 알고 살해하기 위해 찌른 것으로 보인다"라며 "스무 곳 넘게 찔렀다는 것과, 찔러야 할 곳을 정확하게 아는 형태로 보아 명백한 살인 의도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유정이 시신을 낙동강변에 유기한 것도 '평소 산책하던 길'이어서가 아닌 사전 계획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유정은 검거 직후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범죄 수사물을 보고 살인 충동을 느꼈다고 자백하더니, 현재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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