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양국 간 소통 중요성에 뜻을 같이했다. 미중 간 전략경쟁으로 심화된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미국·일본과의 외교에 중점을 두면서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던 한중관계도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중 외교수장은 이날 8시간 동안 이어진 회담과 만찬을 통해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오해와 오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양국 간) 외교와 소통 채널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도 "양측은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고 중미 관계의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실무 그룹 협의를 계속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양측은 친 부장의 워싱턴 방문을 추진, 상호 적절한 시기에 방문 일정을 잡기로 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은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첫 방문이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방중한 후 5년 만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정찰위성'이 미국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취소됐고 양국관계는 더욱 경색됐다.
이에 이번 블링컨 장관 방중을 통해 미중 간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지에 국내외의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미중 간 갈등 완화는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대외정책 기조로 내세우면서 미국·일본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외교에 주력했다. 게다가 북한이 작년 한 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을 비롯해 전례 없는 빈도의 무력도발을 감행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와 일본과의 관계 개선 등에 더욱 집중했다.
그에 반해 중국과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3연임' 후 고위급 교류가 열리지 않는 등 한중관계는 멀어져갔다. 최근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가 이른바 '베팅' 발언으로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PNG)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양국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이다
그러나 미중 간 경쟁과 대립이 더 이상 격화되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도 중국과의 외교에 있어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음 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 부장의 첫 대면 회담 가능성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박 장관은 작년 12월 선임된 친 부장과 1차례의 전화통화만 했을 뿐 아직 대면한 적은 없다. 이에 두 사람이이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회담을 진행할 경우 양국 간 고위급 소통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학과 교수는 "미중 관계가 우호적으로 전환되면 우리도 분위기에 편승해 대화 기회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중 간 풀어야 할 현안이 선적해 있다는 점에서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이 극적 반전을 불러오긴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이 경우 한중관계 개선도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번 미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양측은 각국의 기존 정책엔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 양국 갈등 완화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는 게 목표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으로 양국 간 화해무드 조성과 같은 전향적 변화는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중관계도 중국이 큰 목적을 갖고 우리에게 접근하거나 우리나라를 중요하게 인식하면 모르겠지만 현 상황에선 (개선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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