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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사람 사라진다… 기업 성장 발목잡는 '인구절벽 공포' [인구쇼크, 패러다임 전환이 답(3)]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9 19:17

수정 2023.06.19 19:17

조선 등 제조업 일손부족 일상화
저출산 따른 생산인력 감소된 탓
외국인 고용 확대 임시방편 불과
노후빈곤 사회 문제로 급부상
정년연장·연금 등 구조개혁 시급
일할 사람 사라진다… 기업 성장 발목잡는 '인구절벽 공포' [인구쇼크, 패러다임 전환이 답(3)]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인구쇼크'는 일할 사람 부족이다. 조선업의 심각한 인력난은 이제 뉴스거리가 아닐 정도다. "일감이 아닌 일손 없어 문 닫는다"는 하소연은 현실이다. 저출산 지속에다 급격한 고령화가 동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경제 전반엔 악재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싱크탱크뿐만 아니라 국제신용평가사도 고령화에 따른 성장률 저하 등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내놨다.
여성 고용을 늘리고, 외국인 이민을 받아들이는 등 인구정책 전반을 손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형국이다.

■인구붕괴, 일손부족 일상화

19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제조업 현장의 일손 부족은 심각하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이 중심이 돼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전담반(TF) 회의를 수시로 열 정도다. 최근 개최된 6차 회의에서는 국내 건설과 해운업 등 4개 업종을 구인난 업종으로 추가 선정했다. 기존에 인력난이 극심하다고 알려진 조선업 등 제조업, 물류운송업, 농업 등 6개와는 별도다. 외국인력 활용 확대방안 마련 등이 정책대안이다.

일자리는 있는데 일손이 없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더럽고, 위험하며, 힘들어서 꺼리는 이른바 '3D 업종' 일자리가 외면받는 것도 있겠지만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크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일손 부족이다. 외국인력 활용은 한계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제조업 부족인력은 13만1984명이다. 고용부와 제조업협회 등의 분석이다. 2019년 하반기에는 5만8521명이었다. 3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수치를 단순 시계열로 추정할 경우 2030년 부족인원은 30만명가량이다.

주요 업종 모두 해당된다. 반도체는 2031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은 5만4000명이다. 자동차산업은 2030년 2만5000여명의 일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력부족이 지금도 심각한 조선업은 말할 나위도 없다. 현재도 정부는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매년(2025년까지) 외국인근로자를 5000명 할당하고 있다.

2030년 이후로 예측기간을 더 늘리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산업별 고용인력 변화와 정책대안별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생산인구 감소 시대를 맞는다는 것이다. 전례 없는 저출산으로 노동시장 진입인구 자체가 줄어서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21년 기준 3738만명이었는데 2070년 1737만명으로 약 5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25~49세 근로자 수는 1908만명에서 803만명으로 반토막이 날 것으로 관측했다.

■경제전반 후폭풍…성장성 훼손

인구동력이 꺼져가면 경제성장 엔진도 힘이 빠지는 게 일반적 경제흐름이다. 최근 인도가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될 것이란 예측에 중국이 발끈한 게 실례다. 인구감소는 경제쇠락론과 연결되고, 미국과 경쟁 중인 중국은 세계 1위 인구대국 지위를 빼앗기는 것은 부담되는 지표 중 하나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급격한 생산인구 감소에 직면한 우리나라 사정은 더 나쁘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한국 국가신용등급 평가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성장의 장기적 리스크는 인구 통계학적 압력이 심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장을 저해할 요소로 인구를 꼽았고, 만약 적절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 나가지 못한다면 신용등급 강등을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무디스는 "(합계출산율은 떨어지고, 노인인구는 늘어나는) 인구 통계적 압력은 생산성 향상과 투자에 부담을 주고 재정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출산, 고령층 증가, 연금·의료비 증가, 재정부담 확대, 정부 차입 확대 등의 악순환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또 오는 2025년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고용 확대는 임시 해법

2030년대로 가면 저출산 여파로 제조업 모든 분야에서 인력난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게 인구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노동시장 진입인구가 줄고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가 맞물리고 있어서다.

한은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저숙련 제조업 고용인원은 지난해 기준 196만명에서 2032년 176만명으로 약 10.2%, 고숙련 제조업 고용인원은 같은 기간 252만명에서 248만명으로 1.6%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서비스업 종사자는 되레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고숙련 서비스업 종사자는 같은 기간 738만명에서 772만명으로 3.4%, 저숙련 서비스업 종사자도 3.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력난 해법은 여성, 외국인근로자, 고령층 등의 고용 확대정책 추진이다. 문제는 이들 정책을 모두 추진해도 앞으로 5년 동안 취업자 수 증가폭이 연평균 25만~30만명에 그쳐 과거 수준(34만4000명)을 회복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고용 확대정책을 모두 시행해도 향후 5년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2%p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구조에 진입하면 노후빈곤 문제 등 부작용이 커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서구 선진국보다 훨씬 빠르고, 심지어 일본보다 고령화 추세가 빠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비율 20% 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되면 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7년이 걸리게 된다. 영국(50년), 프랑스(39년), 미국(15년) 등 서구 국가뿐 아니라 일본(10년)보다도 빠르다.


정년연장과 연금개혁 등에 합의를 시급하게 진행시켜야 한다. 인력부족이란 경제적 문제에다 사회적 부작용을 줄여나가기 위해 개혁은 필수불가결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들을 만나 "5~10년 이내 노후빈곤 문제가 굉장히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 연금, 교육 등 구조개혁이 정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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