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킬러문항 겨냥한 尹 "애들 갖고 장난쳐"..일타강사들 반발 무색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0 05:00

수정 2023.06.20 10:09

尹대통령, 킬러문항 수능서 배제 지시
킬러문항에 "부적절하고 불공정"
비판하던 일타강사들, 해당 조치에 예의주시
교육당국-입시학원 카르텔 깰지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초고난이도 문제인 '킬러 문항'을 직접 겨냥해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 등 입시 전반에서 해당 문항 배제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던 자신의 지시에 "애들만 불쌍하다"고 비판했던 소위 일타강사들의 반발을 인지한 듯 윤 대통령은 순방 전 참모들에게 '킬러 문항'에 대한 입장으로 반대 여론을 일축했다.

특히 킬러문항의 수능 출제 배제는 3개월 전 교육부의 발표와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향후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는 이른바 '공정수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1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킬러 문항에 대해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면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킬러 문항'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것으로, 복잡하게 출제되는 초고난이도 문제를 말한다.

'비문학 국어문제'와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고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던 윤 대통령은 이같은 실태가 지속될 경우 교육당국과 사교육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킬러 문항의 예시로 보이는 2020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문제를 보이면서 "경제학적 지식이 필요한 이런 어려운 문제를 국어 시험에서 풀어보라고 한다. 사설 학원의 일타 강사들 도움없이 이런 고난도 수준의 문제를 풀 수있는 고교생이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이에 당정은 수능과 내신 등에서 킬러 문항 출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킬러 문항으로 수능 변별력을 큰 고민 없이 확보했던 교육 당국과 킬러 문항 관련 강의로 막대한 사교육비를 끌어모았던 입시학원 간 '이권 카르텔'을 겨냥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고도성장기에는 사교육 부담이 교육 문제에 그쳤다"며 "저성장기에는 저출산 고령화 대비 측면에서 치명적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지금은 학교가 학생들을 관리만 하지, 학습은 학원에서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본말이 전도된 상황을 바꾸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교육 범위에 없는 내용이 담긴 킬러 문항을 배제할 것을 오래 전부터 지시했던 윤 대통령으로선 6월 모의평가에서도 이같은 지시가 반영되지 않자, 결국 행동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킬러문항의 수능 출제 배제는 새로운 정책 발표가 아님을 강조했다.

교육부가 올해 수능 시행 기본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수능 출제를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3월말 학교 교육과 EBS 연계 교재를 통한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 출제 계획을 발표했기에, 기존 정책 기조에서 추가된게 아니라는 것이다.


킬러 문항 배제로 학원에 의지하게 되는 수능에 변화를 줘 학생들이 일타강사가 아닌 공교육에서도 점점 배울 수 있게 하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이 대통령실과 정부의 의도로, 킬러 문항 배제는 오는 9월 모의고사부터 적용된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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