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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보란 듯...시진핑, 美국무장관 앞에서 ‘이곳’에 앉았다

박상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0 08:36

수정 2023.06.20 08:36

블링컨 장관 '베이징 회동' 이례적 자리배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방중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두번째)과 면담하고 있다. 2023.06.19. /신화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방중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두번째)과 면담하고 있다. 2023.06.19. /신화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회동한 가운데, 이날 이례적인 자리 배치가 눈길을 끌었다.

블링컨 35분간 접견한 시진핑

시 주석과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회동했다. 회동은 오후 4시 30분께부터 약 35분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관계가 날로 악화하는 상황 속에서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을 접견한 건 중국의 대미 관계 개선 메시지로 풀이된다.


다만 이 자리엔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친강 외교부장(장관) 등 중국 외교라인이 배석했다. 단독 만남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블링컨 장관에게 “국가 간의 교류는 상호 존중하고 성의로 대해야 한다”며 “중·미 관계 안정화에 긍정적 역할을 하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ㄷ’자 테이블 가운데 앉아..'상석' 각인

특히 이날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양국간의 자리 배치였다.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는 ‘ㄷ’자 모양 테이블이 놓였다. 마주 보는 긴 테이블 한 편에는 블링컨 장관을 포함한 미국 측 인사들이 앉았고, 다른 한편에는 중국 측 외교라인이 앉았다. 시 주석은 이들 한 가운데 앉았다.

마치 시 주석이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거나, 양측간 회담에 상급자가 잠시 들러 격려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블링컨 장관 맞은편에 앉은 것은 중국 외교라인 수장인 왕 위원이었다.

폼페이오 방중땐 관례대로 나란히 자리배치

통상 각 국 정부를 대표하는 장관급 인사를 접견할 때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환담을 나누는 모습과는 딴판이다.

시 주석은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관례’대로 나란히 자리를 배치해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블링컨 장관에게는 그런 ‘예’를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미국에 당당하게 대응하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암묵적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려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종의 기싸움인 셈이다.
미국에게 어쩌면 다소 굴욕적인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중국의 힘과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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