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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대안 없다는 미국과 한국의 야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0 18:21

수정 2023.06.20 18:21

[fn광장] 대안 없다는 미국과 한국의 야당
도널드 트럼프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정확한 여론조사로 정평이 난 퀴니피액대의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대선이 당장 치러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응답자 44%가 트럼프를, 48%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불과 4%p. 하버드대 미국정치학센터와 해리스폴이 6월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놀랍다. 응답자의 45%가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했고, 바이든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자는 39%에 불과했다. 아직은 이르지만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연이은 트럼프 기소가 트럼프의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초만 하더라도 트럼프는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트럼프가 무리하게 옹립한 국회의원과 주지사 후보들이 중간선거에서 줄줄이 낙선했고, "젊은 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거의 20%p 표차로 재선에 성공하자 디샌티스 대안론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 3월 4일 뉴욕 맨해튼지검이 트럼프를 기소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된다. 트럼프의 기소 혐의가 무려 34가지에 이르는데 트럼프가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를 입막음하기 위해 돈을 지불했고, 이 돈을 숨기기 위해 자기 회사의 문서를 조작해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혐의의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탄압론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호각지세를 보이던 트럼프와 디샌티스의 지지율은 트럼프의 뚜렷한 상승세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달 8일 트럼프는 또 기소를 당했다. 이번에는 뉴욕의 맨해튼지검이 아니라 미국 연방정부가 기소했으니 사안이 훨씬 심각하다. 혐의도 국가기밀문서 무단 반출과 간첩법 위반 등 무려 7개의 연방법 위반이니 매우 위중하다. 트럼프의 사법리스크는 사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법에 의하면 기소를 당하거나 심지어 유죄확정을 받아 실형을 살아도 공직자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박탈당하지는 않는다. 트럼프가 "옥중출마"도 불사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내란죄가 확정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트럼프는 2021년 1월 미국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를 배후에서 선동한 혐의로 지금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트럼프는 내란죄로 대선 출마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내년 대선 경선 중에도 혐의가 확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트럼프는 정말 엄청난 사법리스크를 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사법리스크가 커지면 커질수록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더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공화당의 모든 대선후보 지지율을 합해도 트럼프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고, 한때 트럼프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디샌티스의 지지율은 겨우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야당의 대선후보 지지율도 사법리스크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안부재론"이 탄력을 받고 지지율이 더 견고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유력 대선후보가 사법적으로 출마가 원천봉쇄될 상황인데도 다른 대안이 부재하다는 정당은 문을 닫아야 하는 정당 아닌가.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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