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SSG 랜더스의 우완 조성훈(24)이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좋은 투구를 펼치며 기대감을 키웠다.
조성훈은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5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62개였다.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깜짝 호투였다.
2018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조성훈은 이날 전까지 통산 1군 등판 기록이 1경기 밖에 없는 무명 투수였다.
186㎝의 큰 키에서 나오는 150㎞대의 빠른 공이 장점으로 꼽혔으나 1군에서 그의 자리는 없었다.
2019년 4월 상무 입대를 선택한 조성훈은 2020년 11월 전역 후 2021시즌 팀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2군 선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조성훈은 포기하지 않았고, 퓨처스(2군)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으며 호시탐탐 1군 등판의 기회를 노렸다.
조성훈은 올해 2군에서 9경기에 나와 2승1패 평균자책점(ERA) 4.18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8일 KT 위즈전과 1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모두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 가운데 선발 투수 박종훈이 계속되는 난조로 2군으로 내려가며 1군 엔트리에 공백이 생겼고, 조성훈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4년8개월 만에 1군 등판이자 데뷔 첫 선발이었다.
김원형 감독은 "큰 기대를 한다기 보다 3이닝 정도 던져주길 바란다. 적어도 타순이 한 바퀴 돌 때까지는 막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험이 적은 선수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마음도 있었겠으나 냉정히 볼 때 조성훈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 않았다.
특히 조성훈과 선발 맞대결을 펼칠 두산 투수가 올 시즌 7승3패 EAR 1.98로 활약하고 있는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였기 때문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조성훈의 기량이 만만치 않았다. 1회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김재환을 병살타 처리하며 주자를 지운 뒤 강승호를 외야 뜬공으로 막으며 안정적으로 첫 이닝을 마쳤다.
조성훈은 2회 큰 위기에 몰렸다. 선두타자 양의지에게 안타를 맞은 뒤 홍성호를 파울플라이로 잡았으나 허경민에게 안타를 맞은 뒤 김대한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줘 1사 만루로 몰렸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은 조성훈은 경험 많은 김재호를 파울플라이로 잡았고, 이유찬에게 삼진을 뽑아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3회에는 1사 후 김재환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강승호와 양의지를 모두 뜬공 처리했다.
4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조성훈은 홍성호와 김재호에게 안타를 맞아 2사 1, 3루로 또 한 번 실점 위기를 맞았으나 주자들의 도루 시도를 야수들이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김원형 감독은 4이닝 동안 62개의 공을 던진 조성훈을 더 이상 무리시키지 않고 5회부터 최민준에게 공을 넘겼다.
비록 승리는 챙기지 못했으나 조성훈의 공은 위력이 있었다. 최고 구속 148㎞의 직구(30개)를 주로 던지면서도 날카로운 슬라이더(21개)가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했다. 커브(10개)의 낙차도 커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현재 SSG의 선발 로테이션은 김광현, 오원석, 커크 맥카티, 로에니스 엘리아스까지 왼손 투수 일색이라 오른손 투수의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이 가운데 조성훈이 가능성을 보이면서 김 감독은 또 하나의 새로운 옵션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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