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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말로만 유니콘 육성 대신 화끈한 투자책 나와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1 18:03

수정 2023.06.21 18:03

한국 스타트업 경쟁력 후퇴
업종 다각화·투자유인 시급
*전경련 제공
*전경련 제공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은 미래 신산업의 블루칩이다. 그런데 한국의 유니콘 기업 경쟁력이 숫자, 업종, 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 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한 종합적인 생태계 설계가 시급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말부터 올해 5월까지 세계 유니콘의 가치가 18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 유니콘 가치는 12% 늘었다. 이로써 세계 유니콘 가치 가운데 우리나라 유니콘의 비중은 2019년 2.1%에서 올해 0.8%로 1.3%p 감소했다.
그나마 선전했다고 자위할 때가 아니다. 한 나라의 유니콘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지 드러내는 지표들을 보면 심각하기 그지없다.

우선 업종 쏠림현상이다. 한국 유니콘들은 이커머스(28.6%), 모바일·통신(14.3%), 소매(7.1%) 분야에서 강세를 나타낸다. 반면 핀테크(7.1%)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고 헬스케어와 데이터 관리·분석,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는 전멸이다.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세계 유니콘 가치의 상승세에 비해 한국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이다. 각국의 간판 스타트업들은 데이터나 AI에서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막대한 자본투자와 기술개발이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업종에 우리는 감히 출사표도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스타트업 자본 생태계도 열악하다. 유니콘 기업의 시장 유입과 유출이 높은 국가가 유니콘 기업 생태계가 원활하다고 본다. 한국의 유니콘 생태계 순환도가 1이라면 미국(5.49), 프랑스(5.25), 인도(4.38), 독일(3.83), 이스라엘(3.8)은 압도적으로 높다. 새로 진입하는 유니콘이 적고, 기업공개나 합병 등으로 투자회수에 성공한 사례도 적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유니콘으로 키우면 그다음엔 데카콘으로 거듭나야 한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인 유니콘의 가격에 '0'을 하나 더 붙여 100억달러를 넘은 스타트업을 데카콘이라고 한다. 올해 전 세계 데카콘 기업은 10개국에 53개가 있지만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다. 물론 미국(50.4%)과 중국(34.9%)이 데카콘 기업의 85.3%를 차지할 만큼 쉽지 않은 영역이다. 그러나 유니콘 단계를 뛰어넘어야 데카콘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유니콘 생태계가 허약한 원인을 짚어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 발굴을 넘어 진출업종의 다양화까지 신경 써야 한다. 스타트업 지원 시 주요한 업종에 대해 지원 인센티브를 더 제공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기업의 유입과 유출이 원활한 자본 생태계를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 자본의 흐름이 원활해지려면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일반 지주회사가 보유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규제를 더욱 완화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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