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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복합위기’의 시대… 동맹강화 속 실리외교 넓혀야 [한국경제, 폭풍을 넘어라 (신냉전시대, 새 길을 찾아서)]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1 18:52

수정 2023.06.21 19:43

美 북핵공조·공급망 협력 등 더 강력한 동맹
日 수출규제 완화에 안보 손잡고 관계 개선
中 악화일로 관계 풀어갈 대응책 마련 중요
러 우크라 인도적 지원 집중해 안정적 관리
"인도태평양 전략, 미·중간 균형외교서 탈피
변화 따른 中 리스크 관리 중요성 더 커질것"
경제·안보 ‘복합위기’의 시대… 동맹강화 속 실리외교 넓혀야 [한국경제, 폭풍을 넘어라 (신냉전시대, 새 길을 찾아서)]
경제·안보 ‘복합위기’의 시대… 동맹강화 속 실리외교 넓혀야 [한국경제, 폭풍을 넘어라 (신냉전시대, 새 길을 찾아서)]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와 외교·안보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복합위기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탈냉전 시대는 종말을 눈앞에 두고,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펼치고 있는 패권경쟁은 신냉전 시대로 전환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국 사이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신냉전 시대 한국이 걸어가야 할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본다.

■尹정부, 한·미·일 3각축 경제·안보외교 성공적 데뷔

21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동맹은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한미동맹 복원을 외교정책 1순위에 올려놨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취임 11일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각종 다자회의를 계기로도 한미 정상은 시간을 쪼개가며 만남을 가졌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은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미를 계기로 한층 더 강력한 동맹으로 거듭났다. 이른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은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고 핵과 그에 따른 전략계획을 논의하며, 북한이 제기하는 비확산 체제에 대한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핵협의체(NCG)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은 "무엇보다도 해당 선언은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한 최초의 서면 보증을 의미한다"며 "전술핵무기의 실제 배치 이슈를 제외한다면 해당 협정은 미국이 나토 파트너와 맺는 핵 공유협정과 충분히 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동맹은 첨단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한 공급망 협력에도 손을 잡기로 했다. 기존 반도체와 이차전지, 디지털, 바이오 등 외에도 우주, 사이버, 인공지능(AI), 양자 분야에서 한미는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관계개선은 단순히 양국 관계의 정상화 외에도 한·미·일 협력의 토대까지 제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두달에 걸쳐 3차례 만남을 갖고 양국 관계개선을 위한 교두보를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완화, 수출간소화 조치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 복귀 등 경제적인 성과를 올렸다.

안보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은 미사일 방어 정보 공유에 대한 협력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실시간 데이터 공유에 대한 합의를 한국, 미국, 일본이 진행하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공유가 이뤄진다면 한국과 일본은 미국 시스템을 통해 양국의 레이더 시스템을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동맹과 한일협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과제도 존재한다. 미국의 2024년 대선, 일본의 정치적인 변화로 민족주의와 보호주의가 강조돼 한국의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관계가 바뀔 가능성이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한미동맹은 윤석열 정권 외교정책의 핵심이며, 경색된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윤석열 정부가 집권 첫해에 이룬 최대의 실질적 성과"라며 "윤 대통령은 정치적인 용기를 발휘해 막대한 정치자산을 써가며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 관계로 전환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악화된 한중 관계, 실리외교 토대 마련이 관건

한·미·일 3국 공조가 깊어지면서 중국에 대한 관리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띠며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 실제 중국은 한국 수출의 1위 시장이기도 하면서 한국의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후 중국과의 관계는 과거보다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대만 문제를 글로벌 이슈로 거론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사거나 인도태평양전략과 한·미·일 정상회담 등에서 남중국해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에 반대를 표명하는 등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한중 관계의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의 대미 밀착외교 기조를 비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했고, 중국 외교부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김영호 국방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확실한 미국 편향성과 역내 안보역할 확대 의지를 감안할 때 중국이 거칠게 반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복조치까지도 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정책이 관계분리이든 위험축소이든, 해당 분야는 모두 한국 경제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은 중국의 보복행위를 방어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매우 신중하고 기민한 외교적 행보와 경제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 중인 러시아와는 안정적 관계 관리에도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공조에는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집중할 방침이다. 실제 한국은 G7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와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1억3000만달러를 추가로 약속했다. 한국이 전쟁 발발 초기에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1억달러의 원조에 추가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상 中 리스크 관리 중요성 부각

대통령실이 최근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서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공조에 동참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고 기술돼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주목받고 있는 곳이 인도태평양 지역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지정학적, 지경학적 변화를 겪고 있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곳으로 인도양 지역과 아태 지역을 전략적으로 통합된 단일 지역으로 보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에 한국도 독자적인 인태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인도 등 인태 지역 주요 국가들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저마다 독자적인 인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의 인태전략 추진은 전임 정부가 취했던 미·중 간 균형외교 기조에서 탈피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이 그동안 균형외교 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에 대해 중국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중국 리스크 관리의 문제는 인태전략 추진에 있어서 가장 큰 도전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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