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이제 제휴 없이도 비교?"…몸집 키우는 플랫폼에 은행 '좌불안석'

이승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6 06:00

수정 2023.06.26 06:00

대출 모집인 통한 1금융 상품 비교 서비스
'혁신금융서비스' 통해 일부 핀테크 준비 중
은행들 '주도권 뺏길까' 빅테크 견제 여전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금융상품을 플랫폼 내에 '줄 세우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면서 은행권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고객이 플랫폼을 통해 쉽게 상품을 비교하고 갈아탈 수 있게 되면서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기존 신용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가 개시된 데 이어 올 연말에는 주택담보대출까지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일부 플랫폼에서는 대출 모집인을 활용해 직접적인 제휴 없이도 1금융권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준비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기업 파운트의 자회사 파운트파이낸스가 출시 예정인 '온·오프라인 연계 주택담보대출 비교견적 서비스'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1금융권 은행 대출 모집법인 소속 대출 모집인이 고객의 희망 대출 조건에 맞춰 견적을 제시, 고객은 가장 유리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파운트 관계자는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하는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집인끼리 경쟁이 붙기 때문에 소비자 효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존 대출비교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앞서 토스와 뱅크몰은 올 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대출 모집인 연결 서비스를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했다. 서비스를 출시한다면 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령층 고객을 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은행과 직접 제휴 없이도 상품을 소개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핀테크 기업 2곳도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플랫폼이 공통으로 공략하는 대상은 1금융권 대출 상품이다. 이에 상품에 대한 영업 권한을 일부 내어주게 된 은행들은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모집인이 플랫폼에서 활동하게 되면 은행은 영업 주도권을 상실하고 이들의 입김이 세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간 은행들은 대출 비교 플랫폼과 제휴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고 정부 주도로 지난달 출시한 대환대출 인프라마저 카카오페이에만 5대 시중은행이 모두 입점하며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토스 등 힘 있는 일부 빅테크가 시장을 점령하며 은행과 고객 간 접점이 흐릿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전체 가계 대출의 70%를 차지하는 주담대 마저 대환대출 인프라에서 갈아타기가 가능해지면 파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의 경우 주거래은행이면 신용등급을 더 높게 쳐주는 경향이 있어 비교적 영향을 덜 받지만 주담대는 담보물이 있어 고객 이탈·유입이 더 활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선호도가 높은 1금융권 대출 상품을 데려오기 위해 플랫폼도 각종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출 모집인을 활용한 서비스가 당초 취지와 다르게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고 봤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환대출 인프라 출시 때부터 핀테크 종속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있다"며 "수수료가 더 높거나, 대출 상담사 입장에서 더 좋은 상품을 위주로 소개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대출 모집인을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정보 비대칭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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