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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공교육 죽이는 킬러문항

파이낸셜뉴스
[서초포럼] 공교육 죽이는 킬러문항

대통령의 지적으로 수능 킬러문항이 지난 한 주 동안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었다. 항상 학원 일정으로 바쁜 아이를 둔 아빠로서는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 이슈이다. 특히 킬러문항의 사례로 언론에 소개된 BIS 비율 관련 국어영역 문항은 경제학을 전공한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일단 해당 문항에서 사용된 보완자본, 단기후순위채무 등의 용어는 금융 관련 전공이 아닌 사람에게는 매우 생경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의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BIS 비율을 실제로 계산해 봐야 하는데, 문제 자체의 난이도를 차치하고 필자는 '이것이 왜 국어 문제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비문학 지문은 사회, 과학, 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출제된다고는 하지만 필자가 과문해서인지는 몰라도 국어시험에서 공식에 따라 계산까지 해야 풀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면 '독해력'을 측정하는 국어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불안한 학생과 부모는 사교육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 물론 킬러문항이 우리나라 사교육 열풍의 핵심 원인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요인이 사교육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킬러문항은 그중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교육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전체 학생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전년 대비 11.8%나 증가하였다. 특히 관심을 끄는 통계는 소득 수준별 그리고 성적 구간별 사교육비 지출이다. 예상대로 소득이 높을수록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데 800만원 이상 소득 가구의 사교육비는 64만8000원인데 300만원 미만 소득 가구는 17만8000원으로 그 차이가 매우 컸다. 성적 구간별로 보면 상위 10% 이내 학생은 59만원, 하위 20% 이내 학생은 32만3000원을 지출했다. 결국 고소득 가구일수록 사교육비를 많이 쓰며, 이 지출은 학생의 높은 성적으로 되돌아온다는 통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교육은 계층이동의 핵심 사다리이다. 하지만 공교육이 위축되고 사교육이 비대해진 현실에서는 교육은 오히려 계층 고착의 통로가 되고 있다. 개인의 자유에 따른 사교육 선택을 막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교육제도는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앞에 지식의 생명주기가 매우 짧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권장해야 하는 사교육은 계층이동을 가로막고 부모의 노후를 불안하게 만드는 청소년들의 사교육이 아니라 직장인이 자신의 경쟁력을 위해 그리고 은퇴자가 재취업을 위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평생학습 개념의 사교육이어야 한다. 빠르면 초등학교부터 시작하여 대입까지 십여년간 쏟아붓는 막대한 사교육비는 국가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사교육도 하나의 산업으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지만 전후방 연관효과를 따져 다른 산업과 비교해 본다면 그 규모에 걸맞은 국가경제 기여도를 가지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한 가계로서는 높은 사교육비 지출로 희생해야 하는 노후대비와 자산투자의 기회비용도 상당하다. 누구도 행복해하지 않고, 국가나 가계로서도 비효율적인 이 레이스를 언제까지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하나.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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