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노벨과학상을 받기 위해서는 답이 아닌 문제 찾기가 중요하다[수담활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4 06:00

수정 2023.08.25 11:09

[파이낸셜뉴스] [수담활론(手談闊論)]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수담)을 통해 우리사회 곳곳의 이슈들을 파악하고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편집자 주>
노벨과학상을 받기 위해서는 답이 아닌 문제 찾기가 중요하다[수담활론]

며칠 전 한국노벨과학포럼에서 ‘한국 노벨과학상 수상 저해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K팝, K스포츠, K드라마, K푸드 등 실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국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깊이 있게 토론하는 자리였다.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이 포럼에서 토론이슈로 다뤘던 내용 중 아이를 교육시키며 느꼈던 것을 본고에서 언술하고자 한다. 필자는 이 포럼에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능력강화교육...실패 두려워말아야

전문가들이 제일 먼저 저해요인으로 뽑는 것은 학생들이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토론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학생들이 질문하고 토론하며 창의적이고 도전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자연스레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 교육체제가 답을 찾는 것에만 집중된 것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입시에 매달려 답만 찾는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 환경은 노벨상 수상자의 배출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무수한 실패를 겪으면서 위대한 연구와 발명을 이루어내고 있다. 실패를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 에디슨의 전구 발명보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라는 이 실패 경험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추격형 국가에서는 남의 나라가 한 것을 베껴서 빨리 응용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실패를 줄이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새롭게 엉뚱한 것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실패를 겪을수 밖에 없다. 그런 실패가 바로 노벨상의 밑거름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고, 실패에 관대한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실패에 너그러워야 새로운 시도를 해 볼 것이고, 그다음 순서로 위대한 연구결과가 나와 노벨상 수상자로 이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원천과 기반 기술이 중요하다. 그래서 과학기술 중심 국정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기초과학 연구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연구 목적을 노벨상 수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 어떻게 보면 노벨상은 부단한 기초과학 연구 노력과 행운이 결합하여 수상할 수 있는 명예일 뿐이다. 이런 부분을 저명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신희섭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가 엉뚱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수용하지 못하고 노벨상 수상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 고 지적하고 있다. 천재 물리학자로 평가받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조차도 처음엔 과학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정도로 엉뚱한 연구만 했다. 노벨상은 열심히 일을 해서만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라, 엉뚱하게 그리고 즐겁게 연구해야만 자연스레 따라와 받을 수 있는 상이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장거리달리기...맞춤형 연구, 교육 절실

또 노벨상 수상만을 목적으로 공부만 열심히 한다면 그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연구 자체를 즐기며 몰입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모범생의 장원급제 DNA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장인 DNA를 만드는 것과 같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노벨상을 받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어린이들에게 수학과 과학 공부를 강제로 시키는 것과는 다르다. 어린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즐겁게 놀아가면서 자신만의 장인 DNA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롱런할 수 있다. 노벨상은 장거리 달리기다.필자는 이 포럼에서 65세로 정년을 맞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경력과학자들, 석학들이 후배(과학영재들)에게 꼭 필요한 멘토임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MATA 본사에서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필자의 딸(박원희.36)은 하버드대학교 진학 후 이학계열(미생물학 전공 예정)에서 경제학과로 전공을 바꿨다. 그리고 박사과정을 위해 스탠포드대학교 대학원을 선택할 때, 경제학자 ‘장하성교수’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스승과 그 분야의 멘토 덕분에 학교와 전공을 잘 결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실 그에게는 미생물학에서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꾼 이유가 있다. 과학을 암기식으로 배운 우리나라의 교육으로는 대학교에서 하는 과학실험실이 즐겁지 않았고, 따라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필자의 딸도 한때는 노벨상을 꿈꿨다.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정에 마련된 노벨상 좌대에 훗날 자신의 이름을 남기겠다는 꿈이 하버드대학교 1학년 과학실험실에서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즐긴다는 DNA가 학문적 업적을 남길 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고 고백했다. 또 더 중요한 것은 같은 분야를 이끌어주는 멘토의 역할이었다. 전공을 바꿀 때도 또 대학원을 선택 할 때도 멘토가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특히 과학은 긴 시간 실험과 연구의 결과에서 나오는 것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필자도 딸이 노벨과학상에 도전하는 것을 응원했기에 도제식 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끝나자마자 정부는 인공지능에 수조 원의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요즘은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출연으로 학문적 생태계와 교육적인 측면에 미치는 부작용들을 우려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존하니 사고가 사라지고 있다. 대학 강의실의 열띤 토론이 사라지고, 교수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받아 적는다면 우리에게 노벨상의 희망은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암기가 아닌 사고를 가르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랜 기간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고, 많은 실패와 좌절을 맛본 연구자들이 많아야 한다. 노벨상을 의식하지 않는 연구를 해야 노벨상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가희 문학박사 / 지식재산스토리텔링협회(IPSA) 회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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