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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쿠데타 성공 여부, '백조의 호수'로 알 수 있다

뉴스1

입력 2023.06.24 16:06

수정 2023.06.24 16:33

지난 3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극장에서 버밍엄 로열 발레단이 러시아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작품 '백조의 호수'를 공연했다. 2023.3.3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지난 3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극장에서 버밍엄 로열 발레단이 러시아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작품 '백조의 호수'를 공연했다. 2023.3.3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24일(현지시간) 바그너 용병단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본국으로 진입을 선언한 가운데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한 거리에서 장갑차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2024.06.24.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24일(현지시간) 바그너 용병단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본국으로 진입을 선언한 가운데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한 거리에서 장갑차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2024.06.24.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러시아의 용병그룹 수장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수행하던 도중 돌연 모스크바 진격을 선언한 가운데 이번 쿠데타의 성공 여부는 '백조의 호수'로 판가름 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구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에서는 자국 최고 지도자의 유고 등 정치적 격변이 일어날 때마다 TV 방송을 통해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작품인 백조의 호수가 방영됐기 때문이다.


24일 미 경제전문 매체 인사이더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가 이번 쿠데타를 계기로 다시 춤을 추게 될지도 모른다'며 내부 혼란기 백조의 호수를 방영한 러시아의 관례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관례가 처음 생긴 것은 지난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러시아 국영방송은 백조의 호수를 방영했다.

이후 1984년 유리 안드로프 당시 소련 서기장이 사망했을 때도 백조의 호수는 전파를 타게 됐다.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으로 집권하던 1991년에는 무려 사흘간 백조의 호수가 반복 재생됐다.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정책에 반기를 든 소련 공산당 내 보수파들이 그를 축출하려는 목적으로 '8월 쿠데타'를 감행하면서다.

전차 부대와 중무장한 군인들이 끝내 모스크바에 당도하자 이들의 진격 사실을 알린 것은 역설적이게도 발레 무용수들의 평온한 군무였다. 당시 러시아 국영방송은 모든 프로그램 송출을 중단한 채 3일간 백조의 호수를 틀어줬다. 쿠데타는 이틀 만에 진압됐지만 이를 계기로 고르바초프가 실각하고 당시 부통령이었던 보리스 옐친이 득세하게돼 소련 붕괴를 앞당겼다.

이러한 러시아 방송의 오랜 관례에 비춰볼 때 전날(23일) 용병그룹 수장이 일으킨 쿠데타가 성공하게 될 경우 이를 전후로 '백조의 호수'가 방영될 수 있다는 게 인사이더의 관측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최고 격전지 바흐무트 등지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용병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의 용병을 상대로 대규모 포격을 실시했다며 모스크바로 회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러시아 당국은 즉각 프리고진을 상대로 수배령을 내리고 지역 보안을 강화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이날 자신의 군대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에 진입해 군본부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의 전우 2만5000명이 결사항쟁을 할 각오가 돼 있다며 모스크바로 진격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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