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러시아에서 발생한 혼란에 대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정부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어느 편에도 들지않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유럽의 우방들이 러시아 상황에 대한 정보 입수와 분석에 분주해졌으며 지도자들이 화상회의를 긴급히 개최하는 등 상황 파악으로 바빠졌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해외 공관들에게 미국 정부는 이번 사태에 개입할 뜻이 없음을 주재국에 알릴 것을 지시했으며 한 고위 유럽 정부 관리는 서방국들의 군이 러시아 상황에 맞춰 새로 대응 준비를 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방국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좌에서 밀려나기라도 할 경우 러시아가 핵보유국인 점에 정치적 혼란에 빠지는 것을 우려했으나 미국 정부 관리들은 러시아 핵무기 배치에 변동이 없으며 미-러시아간 핵 관련 통신도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오는 27일부터 바그너그룹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실시할 예정이던 미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며 연기했다.
미국과 유럽 정부 관리들은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서방국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푸틴 대통령이 위상이 약해질 경우 회복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고조시킬지 아니면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지 주목할 것이라고 저널은 전했다.
에스토니아 해외정보기관 수장을 지낸 라이네르 삭스는 바그너그룹 반란으로 푸틴 대통령의 정치 미래가 좌우될 중대한 순간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푸틴에 대해 “그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며 “이번에 숨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존경심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중인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가까운 러시아 도시 로스토프의 군 지휘소를 점령한 후 러시아 군수뇌부를 제거하겠다며 모스크바로 진격했으나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수장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와 통화후 벨라루스 망명을 결정했다.
프리고진은 유혈극을 막아야 한다며 모스크바로 향하던 바그너 용병대원들에게 복귀를 명령했다.
루카셴코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절친할 뿐만 아니라 프리고진과도 20년이 넘는 친분을 맺어온 사이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도 프리고진과 루카셴코의 합의를 승인했으며 러시아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에게 내려졌던 반란 혐의 기소를 취하했다.
따라서 바그너그룹 대원들도 기소를 피하게 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바그너그룹이 그동안 전선에서 보여준 용맹을 항상 존경해왔다”며 사태를 진정시킨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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