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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명분 불분명한 'DB하이텍 흔들기'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5 18:16

수정 2023.06.25 18:16

[현장클릭] 명분 불분명한 'DB하이텍 흔들기'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발 공급망 재편으로 K-반도체가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에 행동주의펀드 리스크까지 커지고 있다.

'강성부펀드'로 알려진 KCGI가 글로벌 파운드리 10위 기업이자 국내 2위인 DB하이텍 지분 7%를 사들이며 갈등을 빚고 있다. 행동주의펀드는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기업가치 상승 등의 순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KCGI의 이번 행동에는 의문이 일고 있다.

1997년 동부전자를 설립하고 2001년 국내 최초로 비메모리반도체인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든 DB하이텍은 2014년 영업이익 턴어라운드에 이어 2015년 순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오너의 의지가 컸던게 사실이다. 10년 넘는 적자의 늪에서 김준기 회장은 재계에서도 드물게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하며 뚝심있게 투자했다.

이런 오너 경영인의 의지는 지난해 매출액 1조6753억원, 영업이익 7693억원의 결실로 이어졌다. 무려 46%의 이익률을 달성했다. 국내 2위, 세계 10대 파운드리 기업의 위상을 굳혔다는 평가다.

부진한 실적과 경영방식을 문제 삼는 KCGI의 주장이 무색한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취지로 진행한 경영권 개입이 오히려 주주가치 제고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DB하이텍 주가는 지난 4월 KCGI의 지분 매입 이후 장중 8만3600원까지 반짝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다 현재 6만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최근 한 달 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30% 이상 급등한 것과 대조된다.

지지부진한 주가는 경영권 분쟁 양상이 불안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 비중은 KCGI 지분 매입 이전 30%에 근접했지만, 지난 21일 기준 17.92%로 떨어졌다.

반도체 시장이 글로벌 주요 격전지로 떠오른 상황에서 KCGI의 행보가 한국 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진 사태처럼 사익추구를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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