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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베트남 정상회담, 경제협력 고도화 계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5 18:28

수정 2023.06.25 18:28

[특별기고] 한·베트남 정상회담, 경제협력 고도화 계기
전통적으로 한국 기업의 대베트남 직접투자는 제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수교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노동집약적 산업이 대상이었다면 2010년대 들어 삼성, LG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휴대폰과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전자산업이 중심이 됐다. 이러한 한국 기업의 투자진출은 중간재를 한국으로부터 조달하는 구조를 형성했고, 당연히 중간재가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과 베트남을 공급망으로 더욱 긴밀하게 연결됐고, 베트남의 대세계 수출이 감소하면 한국도 영향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실제로 2023년 4월까지 베트남의 대세계 수출은 1071억달러로 전년 대비 12.5% 역성장했고,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은 올 4월까지 162억달러로 전년 대비 26.3% 역성장했다.

이 추세가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베트남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휴대폰이나 전자제품 부문에서 올해 4월까지 전년 대비 각각 16.4%, 9.5% 역성장했다.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이 이 산업들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의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양국이 2022년 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면서 설정한 2030년 교역액 150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미래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 모멘텀도 발굴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기에 양국 정상이 6개월 만에 다시 만나 허심탄회하게 경제협력 고도화를 논의한 점은 의미가 크다. 특히 유통, 금융, 법률, 의료, IT, 문화 콘텐츠 등 서비스 분야 종사기업이 포함된 경제사절단과 베트남을 방문한 점은 제조업 중심에서 새로운 단계의 경제협력으로 도약하려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한편 공급망은 한·베트남 경제협력의 키워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양국은 연대를 더 강화해야 한다. 베트남은 ICT 제품의 필수 원자재인 희토류가 2021년 기준 2200만t 매장돼 있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보유국이다. 양국은 지난해 12월 정상회의 때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MOU'를 체결했고,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핵심광물 관련 교역과 투자, 기술개발 등 전주기적 협력에 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이 지속가능하려면 미래 세대 간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의 대통령이 베트남의 젊은 창업가를 선발하는 '영테크 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대회장'을 방문하고, 한국 공적개발원조로 설립한 한·베 과학기술원(VKIST), 코리아IT스쿨, 삼성R&D센터에서 양국의 젊은 연구인력과 혁신기업인을 만나 베트남과의 기술협력에 대한 한국의 진정성을 보여 줬다. 양국 젊은 세대 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점도 의의가 크다. 이번 정상회담은 복합위기 시대를 헤쳐 나갈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 양국이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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