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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들 "위안으로 결제"… 그래도 굳건한 '달러 왕좌' [한국경제, 폭풍을 넘어라]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5 18:42

수정 2023.06.25 19:27

글로벌 패권전쟁 (中) 달러 vs 위안
우크라 침공때 서방국들 러시아 제재
'무기화' 지켜본 신흥국 "탈달러"
아세안·브릭스 등 자국화폐 사용 확대
세계 외환보유액, 달러가 60% 육박
변동성도 적어 기축통화 위상 여전
신흥국들 "위안으로 결제"… 그래도 굳건한 '달러 왕좌' [한국경제, 폭풍을 넘어라]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간 지정학적 대립이 화폐전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을 계기로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 미국 달러를 버리고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 신흥국가들이 위안이나 루블 등 다른 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시켰으며 러시아 중앙은행 보유 외환의 약 절반인 3000억달러(약 386조원)를 동결시켰다. 이처럼 달러를 무기화하는 제재를 지켜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충격을 받았으며 탈달러 속도를 높이고 있다.

■브릭스·아세안·남미 탈달러 추진

러시아는 제재를 받기 시작하자 중국과의 무역에서 주로 위안이나 루블로 결제하면서 지난해 두 나라 간 교역 규모는 역대 가장 큰 1900억달러(약 247조원)를 기록했다. 위안은 달러를 제치고 러시아가 무역 결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화폐가 됐다.


지난 3월 중국과 브라질은 달러 대신 위안이나 헤알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합의했다. 올해 다시 집권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달러를 대체할 결제수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남미 국가 정상회의에서는 남미만의 단일 화폐도 제안했다.

지난달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은 회원국들의 화폐를 더 많이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새 화폐가 의제가 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브릭스 화폐보다는 러시아와 인도가 이미 원유 거래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소속 국가들이 무역 결제를 할때 서로의 화폐를 더 늘려 사용하는 방안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전히 견고한 달러 지배력

주로 신흥국들 중심으로 달러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으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달러의 지배력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4·4분기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보유액 통계(COFER)에서 미국 달러 비중은 58.36%로 나머지 화폐들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반면 중국 위안은 2.69%로 유로(20.47%)와 일본 엔(5.1%), 영국 파운드(4.95%)에도 밀렸다. 지난 4월 SWIFT를 통한 결제망에서 달러의 비중은 43%, 유로는 32%인 반면 위안은 2.3%에 불과했다.

이달 초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달러가 여전히 건재할 수밖에 있는 이유를 분석, 보도했다. 이 매체는 비록 줄어들긴 했지만 세계 주요 은행들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화폐 중 가장 변동성이 작으며 글로벌 외환거래의 약 88%가 달러로 이뤄지고 있는 데 반해 위안은 4.3%에 불과한 점을 지적했다. 32.3%인 2위 유로에 비해서도 한참 적은 마당에 위안이 달러를 밀어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보스턴대학교 경제학 교수 페리 멀링은 탈달러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당장 위기를 느껴서가 아니라 자국의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국가들의 불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브래드 맥밀런은 일부 달러 종말론자들이 금 매입을 유도하기 위해 동요를 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를 대체할 대안이 없고 유일한 선택일 수밖에 없어 탈달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탈달러 과정은 글로벌 혼란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투자전략업체 매크로컴퍼스 창업자 알폰소 페타티엘로는 역사적으로 글로벌 기축통화의 전환은 전쟁 같은 지정학적 사태와 같이 진행됐다며 달러 중심에서 다른 화폐로의 전환이 질서 있게 진행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달러가 글로벌 기축통화가 되면서 증가한 글로벌 수요로 인해 늘 재정적자를 겪어왔다. 중국이 미국처럼 만성적 재정적자를 감당하기를 원하지도 않으며 견디기도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달러를 완전히 버리기 힘들게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달러 도입 움직임

신흥국에서 탈달러가 진행되고 있는 데 반해 아르헨티나에서는 '달러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페소 가치는 지난 1년 동안 달러 대비 절반 떨어졌다. 또 아르헨티나 물가는 지난 2월 100%를 넘기 시작해 현재 지난 1991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으며 기준금리는 96%를 가리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아르헨티나 경제가 지난 5년 중 세번째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임대료나 변호사 상담료, 결혼식장 대관료 등 생활 곳곳에서 달러 지급 요구가 늘고 있으며 시민들은 점점 달러로 저축하고 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10월에 실시되는 아르헨티나 대선 후보인 하비에르 밀레이는 공약으로 당선될 경우 높은 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페소를 버리고 미국 달러를 공식 화폐로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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