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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제정 후 3년...누가 연명의료중단 결정했나?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7 10:29

수정 2023.06.27 10:29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임재준 공공부원장, 유신혜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 서울대병원 제공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임재준 공공부원장, 유신혜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 서울대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의료기관의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에 의뢰된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는 의료 현장에서 임상윤리 지원이 필요한 영역을 파악해 다양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 일률적인 법제에 국한되지 않는 확대된 시각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임재준·유신혜 교수팀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지난 2018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년간 서울대병원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에 의뢰된 총 60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는 2018년 2월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연명의료의 유보·중단의 결정 및 이행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연구팀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3년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발생한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에 의뢰된 총 60건의 특성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윤리적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시행했다.

분석 결과, 전체 표본 중 60세 이상 고령 환자가 56.1%로 고령 환자의 의뢰율이 높았다.
사회경제적 수준에서는 저소득층이 47.4%, 의료급여 환자가 21.1%의 비율을 차지했다.

의뢰 당시 임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암 질환과 뇌혈관질환이 각각 2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호흡기질환(11.7%), 신경퇴행성질환(8.3%), 심장질환(8.3%)이 그 뒤를 이었다. 전체 사례의 80%는 중환자실에서 의뢰됐다.

연명의료결정법 상에서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서만 연명의료를 유보 혹은 중단하는 결정이 가능한데, 의뢰 환자의 66.7%가 임종과정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로 나타났다. 이는 다수의 사례에서 임종과정 판단 기준 모호 및 의학적 불확실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의사결정 관련 특성에서는 의뢰 환자 90% 이상이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된 상태였으며, 그중 26.7% 환자들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혹은 연명의료계획서 등 문서나 구두로 연명의료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첫해인 2018년에는 ‘치료 거부’와 ‘연명의료의 유보 및 중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이슈의 비중은 감소하고 △의사결정 능력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 △최선의 이익 등 다양하고 새로운 윤리적 문제들이 나타났다.
이는 임상 현장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을 해석하는 능력이 점차 향상되고 있으며 윤리적 문제 인식과 다양한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임재준 공공부원장(전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의 체계화와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한 대리의사결정자가 없는 무연고자 등에서 환자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에서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위원들이 모여 고민한 결과를 반영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저자인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으나 임상 현장에는 적절한 가족이 부재해 대리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윤리적 의사결정의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는 결정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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