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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사각지대' 액상형 전자담배 7년새 3배 늘었다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7 18:20

수정 2023.06.27 18:20

담배사업법상 담배 포함 안돼
국회서 규제법안 발의됐지만
부처 간 주도권 싸움에 표류
액상형 전자담배 인구가 늘고 있지만 '유사 담배'라는 이유로 일반 담배에 적용되는 규제를 피해가고 있어 관련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액상형 담배까지 포함해 담배 유해 성분을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제정안과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안전처 등 주무부처간 의견 차이로 법 실행에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7년새 3배 증가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은 지난 2020년 기준 3.2%였다. 이는 지난 2013년 1.1%에서 증가한 수치다. 연령별로는 19~29세에서 6.1%, 30~39세에서 5.2%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인 전체 흡연율은 하락 추세에 있다.
지난 1998년 기준 66.3%였던 만 19세 이상 성인 흡연율은 66.3%에서 지난 2007년 45.1%로 하락했고 2015년에는 39.4%, 지난 2020년에는 34.0%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흡연율은 감소 추세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를 찾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일반 담배에 비해 전자담배 관련 규제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우선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온라인 판매가 제한된다. 또 액체 형태의 담배는 니코틴 용액의 용량을 포장지에 표시해야 판매가 가능하다. 판매도 허가받아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담뱃잎'이 아니라 줄기·뿌리, 합성니코틴 등으로 제조돼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실제 직장인 류모씨(29)는 지난 1월께 액상형 전자담배를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류씨는 "제품이나 온라인 구매 페이지 어디에서도 함량을 알려주는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며 "판매처에 니코틴 함량을 물어봐도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했다.

더구나 액상형 전자담배 업계에서 연초의 잎이 아닌 다른 재료로 담배를 제조하는 것은 세금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부회장은 "연초의 잎에 비해 줄기와 뿌리 원가가 3~4배 더 비싼데도 액상형 전자담배 사업자가 이를 이용해왔다"며 "결국 세금보다 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2021년도부터 줄기·뿌리로 만든 담배에 대해서도 개별 소비세법, 지방세법을 개정해 세금을 부과하니까 사업자들이 또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지금은 합성 니코틴이라는 새로운 액상형 전자담배를 팔고 있다"며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니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대한 정의를 새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담배 유해성분 소관법 '이견'

법을 개정하거나 새로 마련해 액상형 전자담배도 규제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연초의 줄기, 뿌리 등으로 만든 담배도 규제 대상으로 추가하거나 유해성분을 공개하도록 하는 관련법이 부처간 의견 차이로 계류중이다.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규제 대상에 넣고 담배 유해 성분을 공개토록 하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법 제정안'안은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소관법이다. 유사한 내용을 담은 '담배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하지만 담배 유해성 관리를 어느 부처가 담당하느냐를 놓고 부처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12일 열린 기획재정소위 2차 회의에서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은 "담배 유해성 관리를 위한 법은 담배사업법으로 일원화해 규정해야 한다"면서 "담배의 정의라든가, 유해성분 자체 규제에 대해 부처간 해석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게 기재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담배 성분 공개 의무는 금연 정책과도 연계해야 하는데 담배사업법은 목적 자체가 담배사업의 건전한 발전에 있다"면서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대부분의 외국 나라들이 식약처 또는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기관에서 직접 유해성분 제도를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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