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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고도화에 맞서 서서히 독자 경제압박 강도 높이는 韓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9 07:00

수정 2023.06.29 07:00

-정부, '북한 불법금융 지원' 한국계 러시아인 대북 독자제재 -북한과 공동투자해 무역회사 설립도…한국계 개인 대북 제재 첫 사례 -수사 중 러시아 도피해 국적 취득…블라디보스토크 교민사회와도 교류 -대북 경제적 압박은 필수선택지 제재 완화, 북핵보유국 공식인정 오해 우려 -압박대상은 북정권과 특정행위자로 명확히 대북 인도적 지원 원칙 지속 강조
[파이낸셜뉴스]
이준일 북핵외교기획단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대북독자제재 조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준일 북핵외교기획단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대북독자제재 조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28일 처음으로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을 지원한 한국계 러시아 국적자인 최천곤을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1957년생인 그의 본명은 '최청곤'으로 원래 한국인이었으나 범죄 혐의를 받아 지명수배가 내려지자 이를 피해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이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를 위반하며 북한 정권을 위해 활동해 왔다.

■지명수배에 러시아 도피, 최천곤 한국계 러시아 국적 첫 독자 금융제재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몽골에 '한내울란'이라는 이름의 위장 회사를 세우고 콩기름, 밀가루 등 100억원 이상의 대북 중개무역에 관여해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을 지원했고, 북한 조선무역은행 블라디보스토크 대표인 서명과 공동 투자 형식으로 러시아 무역회사 '앱실론'을 설립했다.

그는 지난 2021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위원회 보고서에도 대북제재 위반 활동 의심 인물로 등장한다.


안보리 결의는 북한 단체 및 개인과의 합작 사업을 금지하고 있어, 서명과 회사를 설립한 것 자체가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서명이 소속된 조선무역은행은 2017년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바 있다.

현재 블라디보스토크에 체류 중인 그는 대북제재 위반 활동 이외의 사업도 하며 현지 한국 교민사회와도 교류해 왔다.

정부는 북한인 서명과 한내울란, 앱실론 등 단체 2곳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안보리 패널의 2021년 보고서를 보면 한내울란의 법인등록 서류와 몽골 상공회의소 회비 납부 영수증 등이 주러시아 북한 대사관 측에 발송됐고, 몽골 당국은 이런 활동을 토대로 한내울란이 북한의 제재 회피용 위장회사라고 파악했다.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는 지난 2일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커조직 '김수키'에 대해 단행한 이후 26일 만이다. 윤석열 정부는 작년 5월 출범 후 이번을 포함해 총 9차례에 걸쳐 개인 45명, 기관 47곳을 대북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대북 경제적 압박은 북 불법행위 지속하는 한 필수선택지

이에 대해 전문가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처하는 선택지로 통상 군사적 조치를 생각한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형 3축 체계와 확장억제다. 하지만 경제적 압박도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지속 추진해야 하는 필수선택지라고 분석했다.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오늘처음으로 한국계 러시아인을 독자제재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러한 의미를 공고히 하는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제재대상에 포함된 개인과 기관은 북한이 불법적인 금융활동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한이 만들어 낸 재원이 북핵 고도화에 악용된다는 측면에서 이를 파고드는 것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실 대북 저자세 논란이 일었던 이전 정부에서는 연합훈련 중단 등 군사적 조치도 미흡했다. 더구나 경제재재나 북한인권 문제 제기 등 비군사적 조치라는 옵션도 적절히 활용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0월 약 5년 만에 북한 개인과 기관을 대상으로 독자제재를 추가 지정하며 경제적 강압에 나섰다. 이를 시작으로 이번까지 9번째 독자제재를 이어가게 됐다는 설명이다.

반 책임연구원은 "경제제재 실효성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지만 대북제재와 같은 경제적 강압은 사지선다 중 하나를 선택하는 옵션이 아니라 북한이 핵을 고도화하고 불법활동을 지속하는 한 필수선택지가 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압박대상은 북정권과 특정행위자로 명확히 해야

그 이유로 먼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이는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인정받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되어 북한 비핵화 목표가 무너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사국인 한국이 국제사회에만 의지하여 독자제재를 꺼린다면 국제사회도 대북 제재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킬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북 독자제재는 국제사회의 일관성 있는 대북제재 유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반 책임연구원은 또 "북한을 압박하는 한국의 수단이 다양하다는 점을 현시하는 효과가 있다"며 "대북제재는 그 자체로 실효성뿐 아니라 이러한 제재를 통해 상대방에게 단호한 신호를 보낸다는 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울러 그는 "제재가 축적되면 결과적으로 상대방이 제재로 인한 피로도와 어려움이 누적되어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강압의 효과가 올라가는 강점도 있다"며 "도발이든 불법활동이든 북한의 잘못된 행태에 상응하는 조치가 없으면 북한은 이를 상대방이 묵인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이런 행태를 보다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미래 행동을 구속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와 동시에 정부는 대북제재가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정권과 도발·불법활동에 관여한 특정행위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 원칙도 지속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심리전이나 남남갈등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사진=평양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사진=평양 노동신문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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