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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마음을 담는다는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8 18:17

수정 2023.06.28 18:17

[fn광장] 마음을 담는다는 것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지 않은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칼럼을 쓰기 위해 익숙한 주제가 아닌 글을 읽고 트렌드나 사회 전반의 일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지식의 다양성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좋은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평생 춤만 추며 살아온 나에게 글쓰기는 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챗GPT라는 엄청난 세상을 경험했고 장난 반, 궁금 반으로 칼럼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주제는 '춤'에 대한 칼럼. 챗GPT는 화려한 미사여구, 누구나 공감할 만한 매끄러운 문맥의 나무랄 데가 없는 글을 써 내려갔다. 매우 놀라웠다. 이런 주제의 글을 잘만 조합하면 멋진 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면 도덕적인 미안함과 함께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텐데 결과적으로 개성 없는 모두 비슷하고 무난한 글이 나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처럼 감동을 주는 춤을 출 수 있을까에 대해 다시 물어봤다.

챗GPT는 인공지능은 진화하여 인간의 춤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대답과 함께 '그러나 감동은 감정과 연결된 요소이기 때문에 로봇이 100% 인간과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과제입니다. 감정은 인간의 경험과 복잡한 심리적인 과정으로 형성되는 것이고 이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도전적인 과제입니다'라는 대답을 했고, 나는 인간의 창조력과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를 다시 느끼게 되었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간성이 상실되는 사회에서 창의력과 감정을 느끼고 소통하며 공감하며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권리일 것이다. 챗GPT와 같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화이트칼라 직업군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인간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고, 나는 과학기술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유저가 되길 원하며 무분별하게 쫓아가는 얼리어답터가 되고 싶지는 않다.

얼마 전 경희대 무용과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군무를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열심히 연습해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군무는 테크닉적으로 독무에 비해 단순하지만 단체가 같은 호흡으로 완벽하게 하나로 보이는 춤을 춰야 하며 동료 무용수의 호흡과 동작을 느끼며 튀어서도 안 되고 덜해도 안 되는 춤이다. 누군가의 지도를 받지 않고 연습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어설프고 완벽하지 않은 춤이었지만 그들의 노력과 마음이 담긴 춤을 보고 무척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서로 의견을 나누고 조합하여 작품을 선정하고 동선을 맞추고 하나의 완벽한 춤을 추기 위해 수없이 많은 연습을 했을 것이며 그들의 노력이 춤을 통해 관객에게 감동으로 전달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춤을 추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춤이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느냐이다.
감정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인데 작품의 내용, 무대, 무용수의 표현력 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진심이 담긴 춤은 무용수의 내면 의식, 감정과 경험이 춤을 통해 솔직하게 표현되어 관객에게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춤이며 진정성이 담긴 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과 영감을 주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춤은 놀라움을 주지만 마음이 담긴 춤은 감동을 준다는 깨달음을 학생들에게서 얻은 날이었다.

김지영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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