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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사설] 미국 '공정 교육' 논란에서 한국 '공정 수능'이 배울 점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30 15:46

수정 2023.06.30 15:46

미 연방 대법원(사진)이 29일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입학 제도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 사진=연합뉴스
미 연방 대법원(사진)이 29일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입학 제도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에서도 '공정 교육'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 연방 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제도가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제기된 헌법소원을 각각 6대 3 및 6대2로 위헌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 대학 입학의 근간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역사속으로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1960년대 민권운동의 대표적 성과이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측은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하 SFA)이라는 단체다. 명칭에 드러나듯 공정을 표방하고 나섰다. 한국에서 '공정 수능'이 파장을 낳고 있는 상황과 오버랩된다. 미국과 한국의 공정 이슈는 능력주의에 대한 논쟁과 같으면서도 일부 결이 다르다.

두 나라 모두 능력주의를 우선시하겠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미 연방 대법원의 결정은 소수인종 배려가 지나치게 학생선발에 영향을 미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낮은 성적에도 메이저 대학에 손 쉽게 입학하는 현상을 불공정하게 본 것이다. 성적이 월등히 높은 백인이나 아시아계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교육 문제와 킬러문항을 둘러싼 공정 이슈는 얼핏 학생들의 출발선을 갖게 하자는 기회의 평등에 초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 시장의 비정상적인 팽창이 공정 수능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미국과 질적인 차이가 있다.

미국의 어퍼머티브 액션을 둘러싼 논쟁에서 우리의 공정 수능이 가야 할 교훈이 몇 가지 있다. 미 연방 대법원이 소수인종 우대를 부정한 것은 개인의 능력에 비례해 차등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철저한 능력주의 원칙에 손을 들어줬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 사교육 의존이란 게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는 데 불공정하다는 것인지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컨센서스가 없다. 킬러 문항 문제에만 매달려 공정 수능을 논하는 건 지극히 지엽적이다.

미 연방 대법원의 결정이 흑인 학생에게 불리하지만 대학입시에서 다양성 문제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은 대학별 입학시 시험성적 외에 다양한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성적이 우수한 인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갖춰진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공정 수능 논란은 시험을 치르는 단계에 매몰돼 있다.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대학에 지원하고 합격하는 과정에도 공정의 기준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시험 과정에서의 공정과 대학 선발 과정에서의 공정 둘 다 균형이 잡혀야 진정한 공정 교육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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