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재개발 조합장 성과급이 12억? 삼성 임직원도 아니고”
최근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이사와 감사들은 평균 1억원 정도 성과급이고, 무슨 삼성 임직원이냐”고 지적했다. 마포의 한 재개발 조합원은 부동산 카페에 ‘부정한 5000만원 조합장 성과급’이라는 글을 올리며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장 및 임원들의 급여 문제는 한두 해의 이슈가 아니다. 여러 조합에서 ‘조합장 월급’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적정 급여...'월 394만~471만원·상여금 400% 별도'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는 지난 2015년부터 설문조사 등을 통해 ‘조합 및 추진위원회 상근 임직원 표준급여안’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협회는 실태조사와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매년 표준안을 내놓고 있다.
2023년도 표준급여안을 보면 조합원 규모별로 차이는 있으나 조합장이 수령하는 적정 월급여로 394만~471만원(세전)을 제안했다. 조합원 수에 따라 월급은 다르다. 조합원 수가 많은 대형 정비사업장일수록 조합장의 급여가 많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조합원 300명 미만 394만원 ▲300~500명 미만 414만원 ▲500~700명 미만 434만원 ▲700~1000명 미만 452만원 ▲1000명 이상 471만원 등이다. 여기에 상여급 400%는 별도다. 상여금 400%까지 포함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협회 관계자는 “매년 조사를 하는 데 물가 상승에 맞춰 급여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며 “여러 조합에서 표준급여안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가 2015년에 공개한 표준급여 내역을 보면 조합장 적정 월급여는 366만~436만원(상여금 400% 별도)이다.
급여 외에 성과급 요구하는 조합장...지침도 허용?
급여 외에 또 논란이 되는 것이 성과급이다. 성과급은 급여(상여금 포함)와 별개로 지급되는 데 일부 조합장들의 고액 성과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정비사업 현장에서 성과급은 과거에 이슈가 되지 않았다. 예전에 강남의 모 스타 조합장이 거액이 성과급을 받으면서 현재는 여러 조합들마다 성과급을 달라고 조합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강남구 대치동 모 조합이 성과급으로 120억원 가량을 요구해 조합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그렇다면 급여나 성과급에 대한 지자체나 정부 지침은 없을까. 일단 적정 급여에 대한 규정이나 지침은 없다.
단 성과급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지난 2015년 6월 표준 행정업무규정을 바꿔 ‘조합 임원 또는 추진위 위원에게 임금 및 상여금 외 별도의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역시 조합 총회 의결 등 빠져나갈 방법이 많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조합장 급여 및 성과급은 사실상 조합이 결정하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직업이 조합장'...소수 지분만 있어도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의 생명이 빠른 속도인 만큼 이를 위해서는 적정 급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돈을 안 받고 누가 일을 하겠느냐”며 “과도한 급여와 성과급이 문제가 되겠지만 정비사업의 경우 전문성이 필요하고, 많은 노력이 투여 되는 만큼 이에 따른 보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컨설팅 소장은 “서울의 경우 조 단위 정비사업 프로젝트가 많다”며 “급여를 아끼려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적정 급여를 주는 대신, 투명하고 정확하게 공개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금전적(?) 이익을 노리고 조합장 일을 맡는 이른바 ‘불량(?) 조합장 및 임원’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관련 법에는 ‘토지 등 소유자가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지분을 얼마 갖고 있는지는 필요 없다. 조합원이 된다는 것은 조합장 및 임원에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0.001%’의 소수 지분으로도 조합장이 되고, 입주권도 못 받는 현금 청산자가 조합장이 되는 이른바 ‘직업이 조합장’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김 소장은 “정상 지분을 소유한 온전한 조합원만 조합장과 임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소수 지분으로 조합을 이끄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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