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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자들 "BUY 재팬"… 日경제 30년 만에 부활 ‘날갯짓’ [글로벌리포트]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2 19:04

수정 2023.07.02 19:04

3만3000선 돌파한 닛케이지수
버블경제 이후 33년만에 처음
워런버핏은 5대 상사 지분늘려
연간 성장률도 韓 넘어설 가능성
글로벌 투자자들 "BUY 재팬"… 日경제 30년 만에 부활 ‘날갯짓’ [글로벌리포트]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을 뒤로 하고 부활의 날개짓을 펴고 있다. 저금리와 엔저(엔화가치 약세)를 발판으로 주가와 부동산, 물가 등 경제 전반의 지표가 동반 상승하면서 장기 불황의 늪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주요국이 초저금리 통화 정책을 중단했지만 일본 만은 유일하게 기조를 지킨 가운데 아베의 '헬리콥터 돈 풀기' 정책의 약발이 일부 먹혔다는 분석이다.

■日 성장률, 한국도 제칠 기세

2일 일본 정부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제성장률(GDP)는 올해 1·4분기 전분기 대비 0.7%를 기록했다. 이는 연율 기준으로 환산하면 2.7%로 수준이다. 2021년 2.1%, 2022년 1.1% 성장한 일본은 17년 만에 4년 연속 1%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제로 성장과 역성장에 익숙했던 일본이 장기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 성장 사이클의 체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1·4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3%(연 1.4% 전망)에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일본 정부 예측을 밑도는 1.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한국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일본 연간 GDP 성장률이 한국을 상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고서로 내기도 했다.

지난달 닛케이평균주가는 33년 만에 3만3000선을 돌파했다. 닛케이지수가 3만3000선을 넘긴 것은 '버블경제' 시기인 199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장기불황 늪에 빠졌던 일본 경제에서 증시가 부활하고 있는 이유는 해외투자자들이 일본 기업의 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어서다.

도쿄증권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6월 12~16일 한 주 동안 도쿄와 나고야 증권거래소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사들인 주식금액은 6400억엔을 넘기며 12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2013년 2월 이후 최장 기간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행진이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가능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서방과 반 서방의 대립 등 신냉전이 본격화하면서 지정학적 악재들이 일본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공영 NHK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격차가 재확인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의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도 일본 주식에 베팅했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쓰비시, 이토추, 마루베니, 미쓰이, 스미토모 등 일본종합상사 5곳의 지분을 평균 8.5%까지 높였다.

버핏은 4월 일본을 방문해 니혼게이자이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50년 후 일본과 미국은 지금보다 성장한 나라가 돼 있을 것"이라며 "일본 상사들은 앞으로 100년 동안, 아니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도 온기가 돈다. 지난 3월 수도권 신축 맨션의 평균 가격은 1억4360만엔으로 1973년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1억엔을 넘었다.

4월 일본의 실업률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함께 가장 낮았다. 3월 기준 대졸자 취업률은 97.3%에 달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연속 3% 이상 유지되며 만성적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개선되고 있다.

■아베노믹스, 결실은 기시다에서

일본은 '물가 상승→임금 인상→소비·투자 확대→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일본 경제의 훈풍은 엔저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말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49원까지 떨어졌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내려간 것은 2015년 6월 25일 이후 8년 만이다. 엔·달러 환율도 장중 141.967엔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시기 유례없는 물가 상승에도 일본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했다. 올 들어 일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4%대를 기록하면서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은 멀었다는 게 일본은행(BOJ)의 입장이다.

BOJ은 지난달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 수익률 목표치를 0% 수준(±0.5%)으로 유지해 기존 수익률곡선 통제(YCC) 정책을 변경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렸지만 일본은 기존 정책을 유지하면서 미·일간 기준금리 격차가 5.35%p로 벌어졌고, 이는 엔저로 이어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최근 "30년 만에 처음으로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실현되면서 기업 부문의 투자 의욕이 조성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 경제의 악순환을 끊으려는 도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도 "물가가 목표치인 2%를 넘긴 해도 안정적으로 앞으로도 2%대를 유지할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초저금리를 당분간 이어가겠다고 언급했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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